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던 A씨(42)는 순식간에 차 앞을 지나가는 자전거와 부딪힐 뻔 했다. A씨는 “시속 13~16㎞ 정도로 천천히 주행하고 있었는데 자전거가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아이는 A씨 자녀 또래의 초등학생이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차를 세우고 아이를 불렀지만 아이는 도망치듯 가버렸다. 그는 “사고가 날 뻔 했는데 죄송하다는 말도 없고, 자전거를 곡예하듯 타고 가버렸다”며 “동네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요새 이 동네에 픽시자전거 타는 애들 때문에 사고날 뻔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근들어 청소년이 가해자인 자전거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가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면서 자전거 사고우려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안전대책은 전무하다.
5일 윤영희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청소년 자전거 사고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청소년이 가해자인 자전거 사고는 407건으로, 전년(278건)보다 46.4% 증가했다. 자전거 사고로 인한 부상자 수도 2023년 312명에서 지난해 454명으로 크게 늘었다.
학교 내 자전거 사고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접수·보상을 기준으로 분석한 청소년 가해사고는 2023년 6건에서 지난해 16건으로 166.7% 나 증가했다. 피해자 수도 119명에서 157명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픽시자전거’를 별도로 분류해 집계하지는 않았지만 픽시 자전거로 인한 사고도 2023년, 2024년 각각 1건씩 확인됐다.
픽시 자전거는 ‘고정 기어 자전거(Fixed-gear bicycle)’의 줄임말로 브레이크가 없어 기어를 이용해 제동을 해야한다. 때문에 청소년이 픽시 자전거를 구입할 경우 브레이크 장착을 권유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영희 의원은 “픽시자전거는 원래 경기용 자전거로 제동장치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자동차가 아닌 ‘차로’ 분류돼 인도 주행은 불법”이라며 “그러나 현재는 픽시 자전거가 일반 자전거처럼 판매되고,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이용하면서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제공하는 자전거 안전교육 자료 및 학생안전 매뉴얼을 점검한 결과, 픽시자전거의 위험성을 언급한 항목은 일부 존재하지만, 픽시자전거의 법적 지위, 인도 주행 금지 등의 이용 수칙, 보호장구 착용 의무 등 핵심 내용은 누락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교육청의 2024년 학생안전 매뉴얼에는 픽시자전거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필요하다면 관련 조례 제·개정을 통해 교육과 정책의 공백을 메우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