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GA 모자' 본 美러트닉, 트럼프 공략법까지 알려줬다 [관세협상 막전막후]

2025-07-31

초읽기에 몰리던 ‘관세 협상’의 막판 타결을 이끈 것은 한·미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였다.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해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움직였다는 게 정부 관계자 설명이다.

‘마스가’ 설명판 든 김정관에 러트닉도 “great idea”

24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마스가 구상을 처음 전달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만나기로 했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출발 직전 베센트 장관의 불참 통보를 받고 ‘공항 회군’을 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불리는 러트닉 장관은 관세 문제에 있어 강경파로 분류된다. 협상팀에겐 부담스러운 인물이었지만, 마스가 내용을 전달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응법까지 알려주며 이번 협상의 ‘키맨’이 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관 장관이 마스가 관련해서 설명판까지 직접 준비해 러트닉 장관에게 보여줬는데 ‘훌륭한 생각(great Idea)’ 라면서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현지서 설명판 제작, ‘MAGA’ 처럼 ‘MASGA’ 모자도

당시 협상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선거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n Great Again)’처럼 ‘MASGA(마스가)’를 새긴 모자 사진까지 만들어 이를 정치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고 러트닉 장관을 설득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마스가라고 적은 모자도 20개 제작했다”고 전했다.

단순한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선물까지 안겨주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린 제안이었다. 마가에 착안한 마스가란 명칭의 작명은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 실무진들이 만들었다.

또 협상팀은 김 장관 지시로 마스가 내용을 한눈에 전달하는 설명판까지 현지에서 직접 제작했다. 이런 세심한 준비가 트럼프 대통령까지 만족하게 해 이후 협상의 지렛대가 됐다는 후문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만이 강점을 갖고 한국만이 하는 게 뭐냐. 그게 조선이었다”고 했다.

러트닉 뉴욕 집, 스코틀랜드까지 찾아간 협상팀

협상팀은 러트닉 장관의 동선을 쫓아가며 협상을 압박했다. 워싱턴에서 첫 회담을 한 다음 날 러트닉 장관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집에서 밖에 만날 수 없다고 하자 뉴욕 집을 밤늦게 찾아갔다. 그 다음 날 러트닉 장관이 스코틀랜드로 간다고 하자 이번엔 거기까지 쫓아가 두 차례 더 만남을 가졌다.

결국 스코틀랜드 만남에서 러트닉 장관이 이번 관세 협상의 핵심이 된 ‘펀드 규모’를 제시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 설명이다. 원래 협상팀은 1000억 달러 규모를 제안했었지만, 러트닉 장관이 4000억 달러를 제시한 이후 최종 3500억 달러로 펀드 규모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세상일이라는 게 지성이면 감천인데 스코틀랜드 일정에서 협상의 어떤 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농산물 지키려 ‘광우병 시위’ 사진 보여줘

이번 협상 최대 난관으로 불렸던 것은 농산물이었다. 특히 정부는 협상 초기부터 쌀과 소고기 시장을 내어줄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협상에 임했다. 미국 측은 한국의 약한 고리인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를 협상 초기부터 제기하며 압박했다.

미국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협상팀은 ‘2008년 광우병 사태’를 설명하며, 최대한 감성에 호소한 방어 전략을 짰다. 특히 농식품부 수습 사무관이 모은 당시 촛불시위 사진을 협상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산물 시장 99.7%가 개방됐다는 점도 설득했다.

여 본부장은 “100만명 인파가 광우병 촛불 시위를 하는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보여줬다”면서 “50일밖에 안된 정부고 농축산 산업의 특이성과 민감성을 설득하고 설명했고, 그런 부분이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동차·철강은 미국 강경 반대로 빈손

자동차와 철강 관세를 더 낮추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관세율 2.5%를 적용받고 있었던 일본과 유럽연합(EU)과 달리 한국은 FTA로 관세율이 0%였다는 점을 들어, 자동차 관세는 일본·EU와 같은 15%가 아닌 12.5%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결국 자동차 관세도 15%로 정해졌다. 50%를 부여하고 있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인하도 지속해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 자동차 노동조합이나 미국 정치권이 반발하면 15% 못 받는 상황이었다”면서 “철강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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