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국이 부과한 25% 상호관세율 인하를 위해 관세·조선·액화천연가스(LNG) 등을 패키지로 협상에 나선다. 미국 측이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지목한 분야에서 보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대한 실익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가운데 가장 높은 25%의 관세를 한국에 부과했다. 대 한국 무역수지를 기반으로 산정한 수치로 협상 과정에서도 무역 수지 균형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제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통상 당국은 우선 관세·조선·LNG를 주축으로 대미 협상 체계를 구축했다. 조선, LNG를 관세 협상의 지랫대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으로, 이 분야가 트럼프 행정부의 현안이자 한국이 타국 대비 상대적 경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군 재건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미국은 전통 산업의 쇠락으로 조선업 경쟁력이 약화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이 함정 건조에 속도를 내면서 안보 측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방국 가운데 지리적 이점, 건조 능력을 고루 갖춘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는게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이다.
미국은 중국 해양 패권 견제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함정 정비 거점으로 일본 요코스카와 함께 한국을 활용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임대로 사용하고 있는 필리핀 수빅조선소, 한화그룹이 지분을 확보한 호주 오스탈 등도 주요 시설로 인지하고 있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함정, 잠수함 등 특수선을 독자 설계·건조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을 갖췄다.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과 향후 열릴 가능성이 있는 함정 건조를 수행할 역량이 충분하다.
실제 최근 미 해군 고위 인사들은 국내 주요 조선사를 연이어 방문하고 있다. 최근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은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각각 방문한 바 있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미국의 조선, 함정 경쟁력은 중국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다”면서 “우방국과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 중 우리나라와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LNG 협력에 있어서도 한국의 경쟁력이 월등히 앞선다. 한국은 세계 주요 LNG 수입국이자 LNG운반선, 배관 건조·시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면 개발과 판매 측면에서 큰 고민을 덜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생각이다.
관건은 실익 확보다. 조선 분야는 미국과의 협력이 우리 기업의 실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알래스카 LNG 사업은 미지수라는 평가가 따른다.
이와 관련해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15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 초청 강연에서 “알래스카 LNG가 개발돼 동북아 시장으로 오면 운송 거리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조금 높더라도 한국에 유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액화터미널 시설과 파이프라인을 깔아야 하므로 초기 비용이 커질 수도 있어서 정부가 어떻게 백업해 주느냐에 따라 가격은 유동적”이라면서 “일본과 한국 모두 가장 큰 수출품 중 하나가 자동차인데 관세 협상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