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여러분은 디저트 자주 드시나요? 꿀꿀한 날에는 괜히 기분 전환을 위해 달달한 음식을 찾기도 하죠. 빵 한 조각과 디저트 한입에 마음이 달라지곤 합니다. 이런 걸 생각하면, 생살여탈권을 쥔 권력을 쟁취하는 데에도 음식과 요리사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상상이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나폴레옹 1세)가 집권했던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외교관 탈레랑(샤를모리스 드 탈레랑페리고르)이 ‘음식 외교’를 선보였는데요. 그는 폴란드의 왕 루이 18세에게 “회의에는 외교관보다 요리사를 데려가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탈레랑이 말하는 요리사가 오늘의 작품 <카렘 : 나폴레옹의 요리사>의 주인공 ‘마리-앙투안 카렘(Marie-Antoine Carême, 1784~1833)’입니다.
카렘은 오늘날 서양요리의 틀을 잡은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제과점에 가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머랭 쿠키, 페이스트리, 밀푀유, 에클레어와 같은 프랑스 디저트를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하기도 했죠. ‘요리사들의 왕이자, 왕들의 요리사’로 불린 그는 나폴레옹 집권기에 발탁되었지만 정권이 무너진 이후에도 수많은 정치지도자와 거부들을 위해 요리해 왔습니다.

이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리즈 <카렘 : 나폴레옹의 요리사>가 지난달 30일부터 애플TV+에서 방영 중입니다. 총 8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매주 수요일 새 에피소드가 공개되며 5월21일 현재 5화까지 공개됐습니다.
드라마는 ‘최초의 스타 셰프’인 천재 요리사 카렘의 생애를 바탕으로 프랑스 황제의 식탁 뒤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카렘이 요리사로 쌓아온 업적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개인의 삶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공백을 극적 상상력으로 채워 만든 서사가 이 드라마입니다. 당시 시대상과 카렘의 생애는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해 내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카렘이 얼마나 예민한 미각을 가진 요리사인지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보아도 먹어도 거의 똑같은 두 종류의 휘핑크림이 등장합니다. 카렘은 휘핑크림 하나는 설탕(雪糖)을, 다른 하나는 분당(粉糖)을 써서 맛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설탕과 분당은 둘 다 사탕수수로 만든 재료지만 입자의 크기가 달라 미세하게 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어두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조리실에서도 고기의 굽기 정도를 완벽하게 잡아내죠. 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 음식의 의학적 특성을 활용해 사람을 구하는 약도 척척 만들어냅니다.
그런 카렘이 가장 자신 있는 건 디저트입니다. 그는 디저트를 하나의 예술이자 건축으로 생각했습니다. 먹는 맛은 물론이거니와 보는 맛까지 있는 화려한 디저트를 만들어 제과점의 쇼 윈도를 채웁니다. 하지만 그가 추구했던 ‘달콤함’과 달리 19세기 프랑스의 정치·사회적 운명은 ‘매운맛’ 그 자체였습니다. 평범한 요리사였던 그는 어느날 나폴레옹의 눈에 띄어 궁중 요리사 자리를 제안받습니다. 하지만 카렘은 “가족을 죽인 사람 밑에서 일을 할 수는 없다”며 제안을 거절하죠. 이에 권력은 카렘의 양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우고 그를 체포해 버립니다.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은 1800년대 초반의 프랑스는 국내외적으로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전쟁과 이에 따른 외교 문제가 늘 따라다녔고, 내부에서도 권력을 차지하려는 암투가 치열했죠. 군사 지휘관에서 제1통령(당시 최고 권력자)이 된 나폴레옹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로마제국을 잇는 ‘황제’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나폴레옹이 대외적인 정복욕을 드러내는 동안 프랑스 내부에서는 경찰청장 ‘포슈’와 외교관 ‘탈레랑’의 치열한 권력 암투가 펼쳐집니다. 이 과정에서 천재적인 요리 재능을 지닌 카렘의 쓰임새가 발휘됩니다. 카렘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궁중요리사이자 스파이로 활약하기 시작합니다.
19세기 유럽 풍경과 화려한 음식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즐겁습니다. 특히 나폴레옹의 대관식 행사를 장식하는 수많은 디저트와 음식들은 한입 먹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킵니다. 다만 많은 상황을 ‘막장 드라마’ 냄새가 다분한 치정극으로 그려나가는 방식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카렘이 너무 완벽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기에 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인물들의 태도도 나름 개연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너무 완벽해서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캐릭터는 때때로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권력의 암투 사이에 끼인 카렘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요. 드라마는 애플TV+에서 매주 수요일 새로운 회차를 공개합니다. 티빙 프리미엄 구독자에게 제공되는 ‘애플TV+ 프리미엄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꿀꿀한 주말, 달콤하고 매콤한 자극이 당긴다면 한 번쯤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개연성 점수 : ★★★★ 주인공 카렘. 그의 얼굴이 개연성을 책임집니다
매콤함 점수 : ★★★★★ 미드 <더 베어>를 즐겁게 봤다면 더욱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