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의대생에 경험 강의…"의사가 멋진 이유는 공감" [닥터로드]

2024-10-22

아버지는 30년 전 에티오피아의 정치적인 혼란을 피해 네덜란드로 망명했다. 열두 살 때부터 신문 배달,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직접 용돈을 벌었다. 공부도 놓지 않았다. 고교를 졸업하면서 최우등 졸업인 ‘숨마쿰라우데(summa cum laude)’를 받았다. 그리고 의과대학을 지원해 합격했다. 의사가 돼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네덜란드 자유대 의대 2학년인 월데마리암씨의 이야기다.

신문 배달하던 우등생…“의사가 멋진 이유는 공감”

네덜란드 의대는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월데마리암씨가 자유대 지원 당시 자기소개서에 아르바이트 경력이나 학생회·동아리 활동을 부각한 이유다.

의대 교육 과정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커리큘럼을 보면 다양한 배경의 환자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월데마리암씨는 지난해 카리브 해에 있는 신트마르턴(Sint Maarten) 섬의 한 병원에서 한 달간 인턴 경험을 했다. 6학점짜리 수업 과정이다. 수업은 환자를 돌보며 느낀 바를 에세이로 쓰게 하고, 학생이 환자를 얼마나 전문가답게 대했는지 등을 평가한다.

그는 “똑똑하다는 건 의사를 할 수 있는 특징 중 일부일 뿐, 다양한 환자와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며 “의사가 된다면 아프리카 밀림이나 분쟁지역으로 가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할 것”이라고 했다.

산부인과 가르치며 임산부 초대하는 의대 수업

환자를 강의실에 모셔오는 수업도 있다. 암스테르담 의대생인 엠마 바니스씨는 환자가 직접 교단에 오르는 ‘임상 강의’(Klinisch college)를 자신의 최고 수업으로 꼽았다. 당뇨·심장병·정신병 등을 겪고 있거나, 완치된 이들이 치료의 효과나 병원에서 불편한 점 등을 이야기한다. 산부인과를 공부할 때는 임산부나 출산을 경험한 여성을 초청한다.

담당 교수가 관련 의학 지식을 설명하며 수업은 끝난다. 그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교수님들이 늘 강조한다”며 “심지어 치료가 불가한 환자에게도 이야기를 털어놓을 기회를 존중하는 게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환자 중심의 교육은 진로 선택까지 영향을 준다는 게 현지 의대생들의 평가다. 엠마씨는 “환자에게 시간을 더 여유롭게 쓰고 싶기 때문에, 큰 대학 병원이 아닌 소도시나 시골 병원에 근무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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