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대, 하버드 만점자도 떨어진다"…입시 핵심은 D·E·I[닥터로드]

2024-10-22

“미국 의대는 ‘의사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의료의 질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 DEI 최고책임자 데이비드 아코스타의 말이다. 지난달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DE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DEI는 다양성(Diversity)ㆍ형평성(Equity)ㆍ포용성(Inclusion)의 약자로, 미국 의대 입시와 교육 정책을 주관하는 AAMC가 내세우는 공식 가치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키워드인 셈이다. 각 의대에는 DEI 센터와 담당 교수가 있다.

아코스타 최고책임자는 “미국 의대는, 다양한 인종과 계층의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입시에서 소외된 계층 출신 의대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는 DEI 정책의 일환이고, 나 역시 이민 저소득 가정에서 자란 1세대 라틴계 의사로서, 이런 정책의 중요성을 몸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적과 전인적 평가 종합해 의대생 선발

의학전문대학원 체제인 미국 의대는 학부 학점(GPA)과 MCAT 점수, 그리고 ‘전인적 평가’(Holistic Review)를 통해 1차 합격자를 고른다. AAMC는 객관적인 지식 평가 근거(MCAT 점수)와 전인적 평가의 근거가 되는 1차 공통 지원 서류(AMCAS) 양식을 준비해 각 대학이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AMCAS 지원서는 1차 평가에서 당락을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 단순한 ‘스펙 나열’을 넘어 지원자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의대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평가할 수 있게 구성된다. 2024학년도 AMCAS 지원서를 입수해 보니, 부모의 직업과 구체적인 가계 소득 분위, 자신이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계층(SES Disadvantaged)인지 표시할 수 있는 항목이 눈에 띄었다. 17년 간 900여 명의 한인 의대 합격자를 배출한 남경윤 의대 입시 멘토 그룹 대표는 “자신이 얼마나 불리한 환경에 있었는지 어필하면 학교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가점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AMCAS는 증명 가능한 경험 15가지를 기술하게 한다. 4400자의 자기소개서와 별도다. 남 대표는 “미국 의대는 책상에만 앉아있던 학생을 원하지도 않고, 의대 공부가 성적 최상위권만 할 수 있는 공부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성적이 월등한 한인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6년 즈음 하버드대 출신의 GPA, MCAT 만점자인 한인 동생이 의대에 떨어진 적도 있다”고 했다.

합격권은 학부 학점(GPA) 3.5 이상, MCAT 점수 502점 이상(만점 528점)이지만, 간혹 GPA 3점대 초반에 MCAT 성적 490점으로 합격하는 사례가 나온다. 이는 미국 의대 지원자로는 하위 10%대 성적이고, 수능 성적으로 단순 치환하면 상위 15% 수준이다.

미국 의대는 이렇게 뽑은 학생에게 DEI 교육을 따로 시킨다. UC샌프란시스코 의대는 인종차별과 건강 불평등을 주제로 한 ‘억압에 반대하는 커리큘럼’을, 하버드 의대는 의료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개발을 목표로 하는 ‘사회 의학과 건강 형평성 프로그램’을, 펜실베이니아 주립 의대는 농촌 지역 무료 이동 진료소와 농촌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연구를 학생들이 진행하도록 하는 식이다.

“성적 좋은 동양계 불리” 역차별 논란도

미국에서도 의사는 인기 직종이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의대 지원자는 꾸준히 늘었다. 최근엔 다양성을 추구하는 입시 제도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지난해 연방 대법원이 하버드대에 인종적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을 폐지하라고 판결했는데, 이는 동양계 학생 단체가 제기한 소송의 결과였다.

의대에 대한 직접적인 판결은 아니었지만, AAMC는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AAMC 관계자는 “미국 의대의 ‘DEI 입시 성과’는 의료 서비스 개선으로 입증되고 있다”며 “인종 차원을 넘어 다양한 계층과 배경을 가진 의대생을 선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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