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저장성 샤오싱의 루쉰기념관에 있는 루쉰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의 벽화가 ‘공공장소 흡연을 조장한다’는 민원이 지방정부에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당국은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26일 펑파이신문·신경보 등에 따르면 논란은 관광객 쑨모씨가 “루쉰이 담배를 쥐는 대신 오른손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고 저장성 민원 플랫폼에 제안하면서 불거졌다. 자신을 지역사회 공공장소 흡연 단속 자원봉사자라고 밝힌 쑨씨는 벽화가 실외 흡연을 부추기고 젊은이들의 건강을 해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쑨씨의 주장이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며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벽화는 루쉰기념관에 22년째 설치돼 있는 작품이다. 리이타이 중국미술학원 교수가 1974년 제작한 목판화를 바탕으로 했다. 대문호 루쉰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방문객들이 벽화 앞에서 루쉰에게 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여주거나 자신의 담배꽁초를 물려주는 것처럼 연출한 인증사진이 종종 올라온다. 루쉰은 실제 애연가였다.
기념관 측은 벽화는 역사적 사실과 문화사적 가치가 있는 미술 작품을 토대로 했다며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줘광핑 저장루쉰연구회 사무총장은 신경보에 “루쉰에 대해 단순하고 편향된 이미지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관할당국인 샤오싱시 문화관광그룹은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공공장소 금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이시는 올해 초부터 지방정부 최초로 주요 관광지에서 흡연구역 외 실외흡연에 20위안(약4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 시작했다. 흡연에 관대한 문화 때문에 중국은 금연정책 도입이 늦었으나 정부 캠페인과 맞물리면서 인식도 바뀌고 있다. 문화당국 입장에서는 인민이 박물관에서 위대한 인물을 통해 모범적 삶의 자세를 배우라고 강조해 왔기 때문에 ‘루쉰의 흡연’은 진지하게 해명해야 할 문제가 된다.
신화통신은 “흑백논리를 지양해야 한다”면서 벽화를 기존 상태로 두되 안내판 등으로 루쉰이 어떤 맥락에서 흡연을 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루쉰이 애연가였지만 피로와 싸우고 글쓰기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작품에 담았으며, 젊은이들에게 담배 중독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대세다.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판단하지 마라” “창을 들고 있는 관우상도 다 철거해야 하느냐”는 등의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서방 좌파의 정치적 올바름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공격도 쏟아내고 있다. 기념관 측은 벽화 교체에 반대한다는 편지가 100통 넘게 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