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인해 달라졌어”···엘파바와 글린다의 2막, ‘위키드: 포 굿’

2025-11-19

1년의 인터미션이 끝났다. 오즈의 마법사의 비밀을 알게 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가 ‘중력을 거슬러’ 나홀로 반기를 들며 화려하게 끝났던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2막으로 돌아온다. 한국에서 19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 <위키드: 포 굿>(존 추 감독)은 더는 함께할 수 없는 길을 선택한 두 친구, 엘파바와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의 남은 이야기를 그린다.

오즈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마법사(제프 골드브럼)는 사실 마법을 쓸 줄 모르며, 제 안위를 위해 ‘말하는 동물’에 대한 차별과 공포를 조장하고 있었다. 엘파바는 이 추악한 진실을 폭로하려 기회를 노린다. 글린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마법사 곁에 남았다. 그리고 역사는 권력의 편이다. 전자는 ‘서쪽의 사악한 마녀’라고, 후자는 ‘착한 마녀 글린다’라고 불린다.

대학에서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1편이 유쾌하고 화려했다면, ‘서쪽 마녀의 죽음’이라는 예고된 결말로 달려가는 2편의 분위기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엘파바가 도피한 깜깜한 숲과 번영하는 오즈에 신축된 ‘노란 벽돌 길’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반지의 제왕> 3부작과 <신과함께> 1·2편이 한꺼번에 촬영됐던 것처럼 <위키드> 1·2편은 동시 촬영됐는데, 기존에 등장했던 장소들이 2편의 분위기에 맞게 어떻게 연출됐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다.

<위키드> 원작 소설이 프랭크 바움의 판타지 동화 <오즈의 마법사>(1900) 세계관을 재해석한 2차 창작물이었음을 알고 볼 필요가 있다. 2편에서는 도로시,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 캐릭터가 엘파바와 글린다의 여정에 얽히고설킨다.

영화는 원작 뮤지컬의 뼈대를 충실히 따라간다. 노래와 춤으로 무대에서 자연스레 건너뛰었던 행간이 영화에서는 너무 축약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피예로(조나단 베일리)와 엘파바, 글린다의 삼각관계 감정선이 특히 급작스럽다.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는 1편부터 입증한 연기력·가창력으로 이 삐걱거림을 상쇄한다. 엘파바의 동생 네사로즈(마리사 보데)의 ‘흑화’도 뜻밖에 강렬하다.

영화를 위해 작곡가 겸 작사가 스티븐 슈워츠가 새로 작곡된 곡들이 삽입됐다. 엘파바가 부르는 ‘노 플레이스 라이크 홈(No Place Like Home)’에는 그가 여전히 고향 오즈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겼다. 글린다의 ‘더 걸 인 더 버블(The Girl in the Bubble)’은 현실을 회피하던 그가 직면을 결심하는 순간을 담았다. 1막의 노래도 웅장한 편곡으로 재연된다.

2편의 부제이기도 한 ‘포 굿(For Good)’은 영화의 감정적 하이라이트다. 에리보와 그란데는 “난 너로 인해 달라졌다”며 서로를 긍정하는 엘파바와 글린다를 섬세히 연기해 낸다. 서로 판이하게 다른 사람이어도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 다른 진영에 있더라도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는 이 시대에 필요한 동화다.

2편에서도 걸출한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국내 더빙에 참여한다. 배우 박혜나(엘파바), 정선아(글린다), 고은성(피예로), 정영주(마담 모리블), 남경주(마법사) 등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원작 영화 중 최고 흥행 수익을 기록한 1편에 이어 2편도 흥행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상영 중. 137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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