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좌완 이의리(23)가 527일 만에 승리했다. 부상 복귀 후 7차례 선발 등판해 3패만 떠안았으나 리그 선두 LG를 상대로 선발승을 거뒀다. 젊은 좌완의 감격적인 첫 승 뒤에 KIA의 오랜 좌완 에이스 양현종(37)이 있다.
이의리는 13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KIA는 이의리의 호투를 앞세워 LG를 6-3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실낱 같은 5강 희망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이의리의 1군 마지막 승리는 지난해 4월4일 KT전이었다. 이의리는 이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6월 수술을 받았다. 지난 7월 복귀까지 재활과 회복에 1년이 넘게 걸렸다.
의욕적으로 복귀는 했지만 부침이 컸다. 제구 난조가 계속됐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경기가 잦았다.
이의리는 13일 등판 전까지 보름을 쉬었다. 5강 싸움이 급해지면서 KIA는 제임스 네일과 애덤 올러의 등판 간격을 좁혔고, 이의리의 순서가 뒤로 밀렸다.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쉬는 동안 이의리는 제구를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이동걸 투수 코치가 전담하다시피 그를 맡았다. 에이스 양현종도 후배의 곁을 지켰다. 이의리는 LG전 승리 후 이 코치와 양현종을 가장 먼저 찾았다. 이의리는 “(양)현종 선배님이 밥 먹는 시간까지 반납하고 제 훈련을 도와주셨다. 복귀하고 팔 각도가 낮다 보니 공이 계속 11시 방향으로 날렸는데 그나마 일정한 방향으로 날려서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현종 선배님이 제구와 관련해서 좋은 말을 계속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이의리는 마음 한 구석 불안을 털어냈다. 초연하려 해도 첫 승이 계속 늦어지니 조바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의리는 “첫 네 경기 정도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아무래도 마음이 좀 급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KIA는 14일 LG전을 포함해 14경기만 남기고 있다. 5강 진출을 위해 마지막 기력을 짜내는 중이다. 이의리의 첫 승은 당연히 반가운 소식이다. 우완 선발 김도현이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 이탈한 상황이다. 이의리는 “꼭 가을 야구로 가고 싶다. 남은 경기 다 이겨야 간다고 생각하는데, 최선을 다해서 응원하고 제가 나가는 날 또 잘 던져 보겠다”고 다짐했다.
내년 이후는 더 중요하다. 이의리는 2021년 입단 당시부터 양현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좌완 에이스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의리는 제구 불안이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시속 150㎞ 웃도는 강력한 직구로 2022·2023시즌 연속으로 10승 이상을 올리며 잠재력을 증명했다. 그래서 지난 시즌 불의의 부상이 더 아쉬웠다. 그런 이의리가 오랜 공백을 깨고 드디어 첫 승을 올렸다. 여전히 양현종 후계자 1순위는 이의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