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고뇌, 이광재 작가 장편소설 ‘왜란’ 펴내

2024-10-09

군산 출신 작가이자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자인 이광재 작가의 신작 장편 역사소설

부안 함평 이씨 가문이 정유재란을 맞아 헌신하는 책 내용 속 무협의 스산함과 장엄함 담아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나라 없는 나라>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받은 이광재 작가가 장편소설 <왜란>(목선재)으로 돌아왔다.

‘왜란’은 450년 전 함평 이씨 가문의 이유(李瑜)를 중심으로 7년 동안 이어진 조선 시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로, 당시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과 고뇌를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일본의 침략으로만 좁혀졌던 임진왜란이 조선과 일본, 명나라 등이 뒤엉킨 국제전이었다는 인식에서 소설을 전개하며, 명나라의 멸망과 청나라 건국의 계기가 된 사르후 전투를 살피면서 조선이 관여된 동북아 국제대전의 본질을 따라간다.

간결하고 당당한 문체로 내공을 지닌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소설은 실제 이순신과 광해군, 선조, 고경명, 조헌, 권율 장군 등 조선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이 등장해 사실성을 더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특히 작가는 책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인 이유의 노비 '거북손이'를 탄생시켜,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이끌어간다.

“숨을 고른 거북손이는 상대의 왼쪽과 오른쪽 허리를 연결 동작으로 찌르며 후일자세(後一刺勢)로 돌아갔다. 연달아 고개를 쳐든 이무기가 물을 뿜듯이 머리에서부터 몸을 쪼개기 위해 장교분수세(長蛟噴水勢)를 선보였다. 역시 적으로부터 순식간에 덮쳐 상대를 제압하는 왜검에 비해 동작이 크고 화려했으며 마지막 검을 받는 왜장은 거북손이의 누르는 힘 앞에서 온몸을 떨며 구슬땀을 흘렸다. 뒤로 물러서서 잠시 방어 자세를 취한 거북손이가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비비어 찌르고 뛰어올랐다. 그런 다음에 한 걸음 나아가며 다시 찌르는데 칼끝이 상대의 갑주에 닿았다. 그러나 갑주 때문에 깊이 찌르지 못한 채 칼을 빼자 왜장이 찔린 가슴께를 잠깐 내려다보았다.”(‘왜란’ 본문 중 발췌)

이처럼 이야기 속 거북손이는 비범한 검술로 왜군에 맞서는 인물로, 조선 사회에서 노비나 평민 계층이 겪었던 어려움을 대변하는 상징적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전란 속에서 백성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와 동시에 무협이라는 장르가 지닌 스산함과 장엄함 등을 독자에게 전한다.

범현이 소설가는 해설을 통해 “이광재 작가는 부안 의병전쟁을 동아시아 국제전쟁 ‘사르후 전투’로 까지 의미를 확장한다”며 “동아시아 4개국이 뒤엉켰던 국제대전의 비장함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드러난다. 잊히는 우리의 지리지와 언어에 대한 꼼꼼한 복원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군산에서 출생했다. 그는 1989년 <녹두꽃2>에 단편 <아버지와 딸>을 발표했다. 이후 20년간 떠돌다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를 썼고, 장편소설 <나라 없는 나라>로 2015년 제5회 혼불문학상을 받았다. 이 밖의 저서로는 장편소설 <수요일에 하자>, 단편집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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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아 hahaha66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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