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뢰를 받아 간 곳은 오랜만의 그 동네였다.
내가 장례지도사로 일했던 곳.
유품정리사로 새로 업을 시작했던 곳.
옛 직장과 새 사업의 장소였고, 내 직업의 모든 ‘추억’은 죽음과 관련돼 있다.
씁쓸한 생각과 함께 초보 유품정리사 시절, 그 동네에서 벌어진 사건이 떠올랐다.
의뢰는 옛 직장 동료를 통해서 왔다.
시신을 수습하러 가는 참인데 고인의 아들이 ‘유품정리’에 대해 묻더란다.
그래서 얼마 전 독립한 내 생각이 났고 안부도 물을 겸 일감을 건네준 게다.
자기는 시신을 수습할 테니 현장에서 직접 의뢰인을 만나 유품정리 상담도 해보라는 배려였다.
사업 초기라 한가했고 아는 동네라서 흔쾌히 수락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경찰이 많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동료와의 통화에선 서로 안부를 묻느라 어떤 사연을 지닌 현장인지를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했던 터다.
동료를 기다리며 뻘쭘하게 서 있는 동안 고인의 아들로 보이는 이가 눈에 띄어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소개를 받고 온 유품정리사입니다.”
젊은 청년이었다.
그는 지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니, 안녕이라니….
이런 현장에선 적절하지 않은 인사다.
죽음의 현장에선 모든 일상이 뒤틀려 버린다.
평소의 흔한 인사도 낯설게, 날선 말로 벼려져 상대를 후벼판다.
뜨끔한 속내를 들킬까봐 말을 이어간다는 것이 또 너무 단도직입적이었다.
“단순 사고가 아닌가 보죠? 시신 수습하는 곳에 경찰이 이렇게 많이 오진 않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