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신 3사가 합작해 만든 신용평가 모델, 어떻게 돌아가나

2025-01-07

통신 데이터로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기존에는 신용카드 사용, 대출 이력 등 금융 데이터로 신용도를 책정했는데, 이 경우 뚜렷한 직업과 소득이 없는 주부, 학생, 취업준비생 등 씬파일러(금융 이력이 적은 사람)에게 불리했다. 신용점수가 낮게 책정된 씬파일러들은 고금리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씬파일러 중에서도 대출을 잘 갚는 훌륭한 우량 차주가 있다. 이들을 선별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신용평가 데이터 중 하나가 ‘통신 데이터’다. 통신 데이터는 말 그대로 씬파일러의 통신비 내역, 데이터 사용량 및 통화량, 요금제 등 통신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나오는 정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3사와 KCB, 서울보증보험의 합작 법인 ‘통신대안평가’는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씬파일러의 신용도를 책정할 수 있는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했다. 해당 신용평가모형으로 씬파일러 중에서도 우량 차주를 선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통신 데이터로 개인의 신용도를 어떻게 책정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통신비 납부, 연체 이력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다. 통신대안평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통신비 연체는 금융 연체보다 먼저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 금융 연체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밖에도 통화, 문자 등을 주로 사용하는 시간대 패턴을 분석해 일정한 직업과 소득이 있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또 사용자가 통신비 결합할인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납부를 자동이체로 하는지 비정기적으로 하는지 등을 통해 개인의 소비, 관리 성향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 통신대안평가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4월 ‘전문개인신용평가업 본허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통신대안평가는 현재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사 7~8곳에 자사의 신용평가모형을 제공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올해 안에 국내 금융사 80%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통신대안평가 초대 대표인 문재남 대표는 지난 2022년 인허가 작업부터 출범까지 회사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서울보증보험, KCB, 토스 등을 거친 신용평가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라인 네트워크>는 최근 문재남 통신대안평가 대표를 만나 회사의 올해 계획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부임 당시 주주들로부터 부여받은 미션은 무엇인가

초대 대표인 만큼 회사 설립이 목표였다. 개인신용평가사(CB)를 설립하기 위해 관련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감독 기준에 맞는 인프라를 만들고 신용평가모형을 만들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또 통신3사가 처음으로 만든 합작기업인만큼 공정거래 이슈가 있을 수 있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회사 설립 승인을 받았다. 다양한 인허가를 받은 끝에, 지난해 4월 개인신용평가기업 본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통신대안평가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당국에서도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금융 소외자들의 신용도 재평가다. 기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 인프라를 만들어 금융 산업이 성장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금융 정보 기반의 신용평가 중심이기 때문에 금융이력이 적은 씬파일러들은 상대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주부, 청년, 시니어의 경우 직업이나 소득이 일정하지 않으면 신용점수를 쌓기가 어려워 신용점수가 양극화되고 있다.

대안신용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전 국민을 커버할 수 있는 데이터다. 일부 편협적인 정보는 참조용으로 쓰일 수 있으나, 전 국민의 커버리지가 있는 데이터는 금융 정보 외에 통신 정보가 유일하다. 따라서 씬파일러들이 통신 정보로 기존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아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다.

통신 데이터, 신용평가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대표적인 것이 통신비 연체 유무를 포함해 시간대별 통신 사용량, 데이터 사용량 등을 통해 사용자의 일상 패턴을 유추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어느 시간대에 데이터 사용량 혹은 통화량이 가장 많은지를 통해 정형화된 삶을 사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또 IPTV, 통신약정, 결합 할인 등을 쓰는 사용자의 경우 연체율이 낮은 편이다.

세부적으로는 저희가 개발한 통신요약항목(TPS)을 통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소비패턴, 거래능력, 연속성, 관리성향 5개 정보 영역을 심층적으로 면밀히 분석한다. 통신요약항목은 제각기 달랐던 통신3사의 통신데이터 분석기준을 통일하고 2000개 이상의 평가항목으로 표준화했다.

개발한 신용평가모형 중에서 저신용자를 위한 신용평가모형이 있다고, 이들을 신용평가했을 때 변별력은 얼마나 되나

그렇다. 지금은 등급제가 폐지됐지만, 등급으로 치면 5~8등급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위한 신용평가모형이다. 변별력은 기존 CB사 수준으로 나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통신대안평가의 신용평가모형을 사용했을 때 기존 대비 중저신용자의 신용점수가 얼마나 오르나

우리가 가진 신용평가모형은 기존 모형과는 점수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저희의 모형을 통해 기존 금융거래이력 기반의 신용점수가 오르거나 내린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모형 자체로 높은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에 금융거래이력 기반의 신용평가점수가 없는 금융이력 부족자를 대상으로 단독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기존 금융거래이력 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모형과 함께 사용할 경우 성능이 더 극대화된다. 기존 금융거래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신용자들과 고신용자들의 리스크 세분화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신용평가체계에서 동일한 신용평점을 가진 다수 고객들의 리스크를 세분화해 같은 신용평점이지만 누가 조금 더 우량고객인지를 선별해내는 변별력과 정확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금융고객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한 때 경제적 여건이 부족했거나 금융연체 이력이 있지만 신용회복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통신데이터로 예측하고 선별해내 평가할 수 있다.

국내에서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한 개인신용평가모형을 만들었다고

우리나라에서 사는 외국인들의 삶이 열악한 편이다. 대출, 카드 발급도 거의 안된다. 국내에 금융 이력이 없는 만큼 금융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이 본국에서 거주하며 쌓았던 데이터를 우리나라에서 활용할 수 없는 것인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경우 거주지가 확실하면 어느 정도 금융 혜택을 줘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통신대안평가의 신용평가모형 수요가 있는 주요 고객사는 어디인가

현재 카드사, 인터넷은행, 저축은행에서 수요가 많으며, 씬파일러 중에서도 신용도가 좋은 사람을 가리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현재 7~8곳과 (신용평가모형 도입)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 금융기관 80%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만약 중저신용자인데 통신비 연체를 몇 번했다면 신용평가 시 불리할 것 같다

그렇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신용도를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씬파일러들은 금융이력이 없어 저신용자로 판단되기 때문에 (통신비 연체를 한 사람의) 신용도가 낮아지면 그만큼 다른 사람의 신용도가 올라간다. 전체 신용평가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성실하고 열심히 산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만약 통신대안평가와 제휴된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통신 이력을 잘 관리해야겠다

통신비 연체 뿐만 아니라 요금 할인이나 결합상품, 요금제 등도 잘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부 데이터 분석 결과, 비싼 요금제를 쓰는 사용자일수록 연체율이 높게 나왔다.

올해 계획은 무엇인지

활용 데이터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앱 사용정보, 위치정보 등 사용자가 한 달 평균 어디에 있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데이터를 추가하고 있다. 간혹 은행 등에 신원, 직장 등을 속여 불법 대출을 받는 사기가 일어나는데, 이 경우 은행은 위치 데이터가 없어 고객이 진짜 자택에 거주하는지, 직장을 다니는지 등의 여부를 알 수 없다. 통신 데이터의 경우 행정동 단위의 위치 데이터도 있어 이를 파악할 수 있다. 금융사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저희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금융에 한정된 신용평가를 사회적 신용으로 확대해보고 싶다. ESG, 환경 관련 데이터, 자원봉사 이력 등 사회활동을 열심히하는 분들에게 금융혜택, 나아가 취직 시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추가대안정보를 모으기 위해 자원봉사센터 등과 논의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도 고려하고 있는지

그렇다. 다만, 국내에서 먼저 통신데이터가 어느정도 객관성이 있는지 검증이 되어야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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