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미화’ 법정제재 하면 뭐 하나…한쪽에선 스타 나서고, 만취 강조 [기자수첩-연예]

2024-11-23

‘나 혼자 산다’ 술 미화 논란 끝에 방심위 법정제대

만취한 스타들 담는 ‘짠한형’ 인기

성인이 술을 마시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법적 음주 가능 나이는 만 19세이며, 이 기준을 넘긴 성인이 영화나 드라마·예능 등장하는 것 또한 ‘허용’이 된다. 그러나 음주를 미화하고, 술을 소재로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선 시청자들의 차가운 시선이 이어진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예능 중 하나는 MBC ‘나 혼자 산다’다. 이 프로그램은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고단한 일상을 보낸 뒤 술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날리는 장면이 ‘단골’로 등장한다.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도 나섰다. 방심위는 지난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MBC ‘나 혼자 산다’에 대해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방심위 측은 15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음주 장면과 함께 ‘깔끔한 맛이 일품(?)인 깡소주’, ‘잔 가득 채운 행복’, ‘목젖을 때리는 청량감’ 등의 자막을 여러 회차에서 반복하며 술을 미화한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야 하는 책무가 있음에도 시종일관 음주를 미화하고 술이 마치 모든 것의 피로회복제인 듯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하며 피로를 푸는 연예인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장면이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 사이에서 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장면이 지나치게 잦다는 지적과 함께 ‘술’이 아예 메인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술방’이 ‘대세’다.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스타들도 단골 게스트가 되고 있다. 래퍼 이영지가 아이돌, 또는 배우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높은 텐션을 보여줘 인기를 끈 것을 계기로, 지금은 종영한 ‘조현아의 목요일 밤’, 연예계 대표 애주가 신동엽이 진행하는 ‘짠한형’ 등 술과 토크를 결합한 콘텐츠들이 이어졌다.

스타들이 만취해 혀가 꼬이고, 비틀거리는 장면도 그대로 등장한다. 가장 최근 회차만 봐도 배우 이민기, 한지현이 드라마 ‘페이스미’ 홍보 차 출연을 했는데, 이때 한지현이 코냑을 원샷하는 장면을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강조해’ 담아냈다. 한지현이 신동엽에게 반말하며 “어 그럼 할 수 있지. 진짜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진짜 망했어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거치된 카메라를 향해 “난 예뻐. 난 진짜 예뻐”라며 브이 포즈를 하는 등 그의 만취한 모습을 웃음 포인트로 삼는 모습도 보여줬다.

게스트가 아닌,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배우 이지아, 김고은이 위스키와 음식의 페어링에 관한 칼럼을 의뢰받고 서울과 대만의 식당을 찾아가는 ‘주로 둘이서’가 현재 tvN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유튜브 플랫폼에서처럼 술에 취한 모습까지 날 것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술을 ‘힐링’, ‘낭만’의 장치로 삼은 것을 마냥 긍정정그로만 평가할 수는 없어 보인다.

방심위가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던 ‘나 혼자 산다’에게 법정제재를 가했음에도, 개선이 기대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 장면이 ‘과하다’는 취지의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 한쪽에서는 술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들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흡연 욕구를 자극한다”는 오랜 지적 끝에 담배는 2002년 이후 TV 드라마에서 거의 사라졌다. 음주 장면이라고 다를까. 시청자들의 지적을 ‘외면’하는 술방을 향한 더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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