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취업 성공했는데”… 장애인 근로지원인 제도 ‘유명무실’

2024-10-14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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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각장애인 황시원씨(가명·40대)는 최근 그의 업무를 도와주던 근로지원인이 그만두면서 난처해졌다. 중요한 보고서에 표나 그래프를 삽입할 때마다 동료들에게 부탁하기만을 여러 번. 그는 근로지원인 배정이 늦어지면서 회사 업무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2. 김수영씨(가명·20대)는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어 출퇴근을 도와 줄 근로지원인이 꼭 필요하다. 근로지원인이 쉽게 구해지지 않아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출퇴근하고 있다는 김씨. 출장을 가야 하는 날이면 더욱 난감하다. 근로지원인을 구하기 위해 담당 기관에 연락을 돌렸지만, 기다리라는 답변만 받을 뿐이다.

업무 보조 지원을 원하는 중증장애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수행하는 근로지원인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1천여명이 넘는 대기자가 발생, 이들의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에 따르면 근로지원인 지원사업은 핵심 업무 수행능력은 있지만 부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중증장애인 근로자가 일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서비스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한도 내에서 지원된다.

최근 4년간 경기지역 근로지원인 서비스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연도별로보면 2020년 1천597명, 2021년 2천87명, 2022년 2천646명, 2023년 3천336명으로 증가 추세다.

이와 함께 근로지원인 지원 예산도 2020년 138억700만원에서 지난해 395억4천800만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예산규모가 늘어났음에도 근로지원인 서비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전국) 근로지원인을 신청했으나 배정받지 못한 국내 장애인 취업자는 1천190명에 달한다.

사업수행기관들은 근로지원인 사업의 단가 및 자격 요건 등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지역의 한 기관 관계자는 “근로지원인 급여가 최저임금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적절한 업무 수행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모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근로지원인의 자격 요건을 세분화 해 역량에 따라 차등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장애인의 근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 만큼 정책 수요 증가에 맞춰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장애인을 지원하는 인력의 대부분은 50대 후반에서 60대 사이의 고령층”이라며 “근로지원인의 폭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재원 투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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