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에서 달러와 가치가 1대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가 실제 환율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해외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도 3% 가까이 발생했다.
26일 업비트에서 오후 1시 10분 기준 테더(USDT)는 1497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원-달러 환율(1463원) 대비 34원 높게 거래됐다. 20개 글로벌 거래소 시세와 비교한 한국 프리미엄은 2.24%에 달했다.
일명 '테더 프리미엄'은 탄핵 정국 등으로 인한 원화 약세 국면에서 달러 대체 투자 수단으로서 테더가 급부상한 영향이 크다. 지난 19일 업비트 기준 테더 가격은 1559원까지 치솟으면서 같은 시각 원-달러 환율(1459원) 대비 100원 프리미엄을 기록했다.
이승화 디스프레드리서치 팀장은 “최근 테더에서 발생하는 김치 프리미엄 경우 트럼프 취임 임박 및 한국의 불안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추가적인 원화 가치 하락으로부터 구매력을 보존하려는 수요가 높아져 테더에 대한 수요 또한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시장 조정세도 테더 수요를 높인 원인으로도 꼽힌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함에 따라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이에 안전 자산인 테더 수요가 상대적으로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BTC)은 지난 17일 10만8000달러대로 최고가를 찍고 현재 9만9000달러대를 하회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에 따른 일시적 수급불균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 센터장은 “한국 시장 경우 김치 프리미엄 발생 시 많게는 5% 이상도 형성된다”면서 “달러 수요 급증에 따른 대체 자산인 테더와 전체적인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국내 주요 거래소 수수료 인하 정책도 테더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국내 1·2위 거래소 업비트 빗썸은 테더 마켓 수수료 인하 및 무료 정책 시행을 오는 27일까지 연장했다. 업비트는 원화-테더 마켓 거래 수수료를 0.05%에서 0.01%로 인하했고 빗썸은 완전 무료 정책을 시행 중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거래 활성화 정책은 매도 및 매수를 모두 늘리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달러가 강세인 현재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은행에서 직접 달러를 사는 것보다 테더를 사는 게 수수료가 더 저렴하다고 인식하는 추세”라 짚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