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맞이 풍경, 방앗간과 자전거

2025-10-06

봄에 씨를 뿌리고, 뙤약볕 아래서 김을 매고, 모기 입이 삐뚤어질 무렵 수확하고, 가을볕에 말리느라 허리는 꼬부라졌을 텐데,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아낙네의 품새는 어느 남정네보다 힘이 넘쳤다. 방앗간에 도착하자 젊은이가 나와 자전거 짐칸에 실린 고추 꾸러미를 옮겼다. 자전거에서 내린 아낙의 허리는 예상대로 곧게 펴지지 않았다.

추석을 닷새 앞둔 지난 10월 1일 전남 순천시 아랫장을 둘러보던 중 마주친 장면이다. 오일장은 다음날이었지만, 방앗간은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장터에 걸린 시골 아낙들의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복되는 다양한 꽃무늬, 파스텔톤과 화려한 원색의 향연, 그리고 스타일은 요즘 유행하는 루즈 핏. 꼬부라진 허리 맵시를 감싸 줄 아낙네의 패션은 요즘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다. 뽀글뽀글 파마도 마찬가지. 시장 근처 미장원에서 들려오는 찰진 사투리가 지친 발걸음에 추임새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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