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용산 사무실로 왔는데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고,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행정업무규정 61조에 따르면 전임자들은 새 대통령과 비서진을 위해 업무관리 시스템이나 전자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업무 인계인수서를 작성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 및 소속 직원들이 임기 중 생산한 종이기록, 전자기록물, 시청각기록물 등이다. 컴퓨터, 공용서버, 프린터 등 공공 물품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며 대통령실에 남겨두어야 한다. 이렇듯 전 정부의 비상식적 행태는 내란 사태 및 국정농단 증거 파기와 은폐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 출범부터 업무방해를 한 셈이다.
그러면 이재명 정부의 첫째 해결 과제는 무엇이어야 할까. 12·3 내란 진실규명과 알권리 확보다. 내란의 공포는 시민들의 삶을 집어삼켰지만, 음흉한 진실은 여전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내란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고 검찰, 경찰 조사는 부분적으로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번 대선 토론회에서 결정적 장면은 이준석 의원이 12·3 계엄 선포 당시 왜 국회로 오지 않고 동탄 집으로 갔는지 질문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과 연락했다고 해명했지만, 본질은 해결되지 않았다. 계엄 발표 순간 강남에서 누구와 함께했고,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의문투성이다.
잠시 잊혔지만,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수상한 행적도 오리무중이다. 계엄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중앙당사 3층으로 모이라고 했다. 계엄 전후 윤석열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의혹은 내란 특검 수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돼야 한다.
12·3 내란을 입증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물의 생산 및 이관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기록을 담당한 메시지비서관은 작년 12월27일 퇴직했고 그 이후는 공석이었다. 실무 담당자였던 정모 행정관은 대통령기록관장 지원을 앞두고 지난 2월20일 원래 소속 기관으로 복귀했다. 다행스럽게 그는 대통령기록관장에서 탈락했다. 내란 사태의 기록물 책임자들이 모두 사라진 상태에서 대통령기록물 이관이 시작된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이 누구와 협의해서 이관을 받았는지도 불분명하다. 아마도 이삿짐 옮기듯 받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사태가 이런데도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5일 윤석열 정부 대통령기록물이 ‘1365만건’이라고 발표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기간 어떤 시스템에 의해 대통령기록물을 생산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기록 관리에 관심 자체가 없었다. 대통령기록물은 온라인 기록을 포함할 경우 얼마든지 수량을 과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실 있는 대통령기록물을 생산했는지 여부다.
통계를 살펴보면 종이기록은 3만4000건에 불과하고, 비밀기록은 77건이다. 모든 비밀정보가 모인다는 대통령실에서 3년 동안 생산한 기록의 양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지정기록물도 21만8000건이라고 하는데, 내용은 비어 있고 껍데기만 있는 게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이 점도 특검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특히 행정정보 데이터세트가 663만건이나 되는 것이 특징인데, 전체 대통령기록물의 50%에 육박한다. 이는 대통령기록물로 별다른 의미가 없는 출입관리 시스템, 식수 관리, 초과근무 관리 등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대통령기록물 생산 및 이관 과정에 대한 설명도, 수량에 대한 근거 제시도 부족하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고, 명쾌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내란 사태부터 대통령기록물 이관까지 가감 없이 사실을 파헤쳐야 한다.
어둡고 눅눅한 공간에 진실의 햇빛을 비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