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작가, 켈리 양 '프런트 데스크'

2025-02-05

2021년 영화 <미나리>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었다. 낯선 미국 땅,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이민자 가족의 삶을 보여준 영화였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미나리’는 아무리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듯 이민자들의 녹록지 않은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여전히 백인 중심 사회의 암묵적인 차별이 이민자들에게는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오면서 거칠고 불안정한 삶이 펼쳐졌다. 그러면서 가족 간의 갈등과 아이들의 불안감, 외로움이 부각 되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프런트 데스크> 책의 저자도 여섯 살에 가족과 함께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다. 모텔에서 일하던 부모님을 도와 모텔 프런트 데스크 일을 하며 자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프런트 데스크>다.

1900년대 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떠나 미국에 이민을 온 ‘미아’네 가족 이야기다. 그 시절 이민자, 그것도 아시아인 이민자가 미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식당 보조나 모텔 관리인 같은 일뿐이다. 자유와 기회의 땅이라고 알고 있는 미국은 순순히 이방인에게 그들이 원하는 좋은 자리를 내주는 곳은 아니다. <미나리>에서 보듯 이민자가 다른 나라에서 정착하며 살아간다는 건 예상치 않은 어려움이 많다. 그것도 1900년대 아닌가!

주인공 ‘미아’네 가족. 성공한 이민자를 꿈꾸며 사회주의 국가를 떠났겠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중국에서는 엔지니어로 일했던 아빠는 미국에 와서 식당 서빙을 하고, 엄마는 주방 보조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두 부부가 하루 종일 매달려서 받은 월급은 집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결국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모텔 관리인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모텔 주인을 찾아간다.

모텔 관리를 하게 된 ‘미아’의 부모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을 하게 된다. 이를 조금이라도 도우려는 열 살 소녀 ‘미아’는 프런트 데스크를 맡으며 미국 사회의 모순을 마주한다. 모텔에 장기 숙박 중인 손님도 있고, 하루하루 맞이하는 다양한 손님들 틈에서 유색인종을 얕잡아 보는 미국인들의 적나라한 인식을 알아가게 된다. 부모님 역시 ‘미아’를 기회의 땅에서 자라게 하고 자유를 만끽하게 하려고 했던 생각들이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질 때가 많다.

학교에서도 미아는 유색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의 대상이 된다. 거기에 모텔에서 장기 투숙하는 행크라는 인물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당하는 걸 그대로 본다. 이민자로서, 유색인종으로서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희망보다는 절망의 순간들이 많다. 그럼에도 열 살 ‘미아’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민자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기도 하고, 장기 숙박을 하는 유색인종 어른과의 교류 속에서 자신만의 희망을 설계한다.

모텔 주인인 ‘야오’는 다른 도시에서도 모텔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이 지속되자 ‘미아’ 가족이 관리하는 모텔을 팔아넘기려 한다. 어른들이 망연자실하며 손을 놓고 있을 때, 미아는 여러 사람에게 모텔의 지분을 갖게 하고 투자를 유도한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투자자들이 몰리고 결국 모텔을 소유하게 된다. 물론 순수한 ‘미아’네 모텔은 아니었지만 수십 명의 후원으로 얻어낸 보금자리인 셈이다.

길거리로 쫓겨날 것만 생각하고 있었을 때, ‘미아’는 거침없이 도전하면서 미국 생활에 한 발 내딛게 되고, 이민자로서 터를 다진다.

‘아시아태평양 미국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책이고, 어린이의 시점으로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정착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또한 어린이의 도발적 행동으로 모텔을 얻게 되는 통쾌함도 맛볼 수 있다. 물론 투자자들의 의기투합으로 얻어진 모텔의 운영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텔의 관리인에서 경영자의 입장으로 닻을 올린 상황이 또 다른 시련의 시작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잠자고 있는 우리의 일상을 꿈틀거리게 한다.

지금 살아가는 익숙한 공간도 두드리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두려움을 걷어내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길잡이로 다가온 책이었다. 새해를 맞이했다. 그동안 마음 안에서만 설계했던 일들을 주저하지 않고 펼칠 수 있는 용기를 책에서 찾아본다.

이경옥 아동문학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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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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