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AI 역량 강화 ‘동악 플랜’ 시행
작년 연구비 831억…‘로터스관’착공
고양 BMC, 경기 북부 거점대 성장
내년부터 청년 창업기업 발굴·육성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의 총장실엔 시인·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사의 한시(漢詩)가 걸려 있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불교개혁가였던 그는 동국대 전신인 명진학교 졸업생이다. ‘남국의 국화꽃이 아직 피지 않았다(南國黃花早未開)’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임기 3년 차를 맞은 윤재웅 총장은 미당 서정주(1915~2000)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은 국문학자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인문학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듯 보이지만, 윤 총장은 오히려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 총장은 중앙일보에 “지금은 AI의 승패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시간”이라며 “AI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뒤처지느냐를 결정짓는 임계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동국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AI 시대엔 질문하는 지성이 필요하다. 성찰을 깊이 할 줄 아는 사람은 굉장히 특이한 질문을 한다. 엉뚱한 질문이 세계를 변화시킨다. 그런데 그걸 머리로만 하면 안 된다. 행동에 옮겨야 한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종립대학(종교계가 세운 대학)의 건학 이념을 더해 지혜와 자비 정신에 입각하는 인재를 길러내겠다.”
AI 시대에 인문학이 더 중요한 이유는.
“미국 하버드대를 수석 졸업한 어느 한국인 학생이 에세이를 쓸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글쓰기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감동을 줘야 하는데, 훈련을 하지 않으면 어렵다. 기업에서도 고위직으로 갈수록 글쓰기를 잘해야 한다. 남을 설득해야 하고, 감동적인 글을 써야 한다. AI는 본질적으로 기술에 불과하다. 인문학을 결합하지 않으면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
동국대는 AI 시대를 어떻게 대비하나.
“산업 전반의 근간을 바꾸는 핵심 분야로 부상한 만큼 대학도 AI 교육과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 차원의 대전환을 실현해야 한다. ‘동악(Dongguk AX) 플랜’이란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AI 시대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이다. 모든 재학생의 AI 역량 확보, 세계적 수준 AI 연구 경쟁력 강화, AI 친화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실행과제를 도출하고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교육 과정 전반에 AI 활용을 필수적으로 도입하되, 인문학적 교양을 바탕으로 한 질문 능력을 결합하려 한다. 동국대 학생들은 1학년 교양 과정부터 기초 훈련을 받는다. 10여 년 전부터 세계고전 100편을 5개 영역별로 골라 읽도록 했다. 여기에 AI 활용 교육을 결합시키면 동악 플랜이 작동할 것이다.”
임기 3년 차를 맞는다.
“한 단계 더 도약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난 2년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종합 순위 8위·9위를 기록하며 4년 연속 상위 10위 자리를 지켰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평가에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우수 ‘S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연구비 수주액이 831억원에 달한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반도체·이차전지 부트캠프 사업, 사물 인터넷 혁신융합대학(COSS) 사업 등에 선정돼 220억원 규모의 인재 양성 재원을 확보했다. 지금 마라톤 30㎞ 지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향해 달려가는 마라토너처럼 ‘더 좋은 동국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질주하겠다.”

가장 기억나는 성과라면.
“불자 학생 동아리를 통해 지난해만 학생 4300명이 수계를 받았다. 국내 190여개 4년제 대학 불교 동아리 전체 규모에 버금가는 숫자다. 전엔 중앙 불교 동아리에 100명 남짓 모이던 게 고작이었다. 임기 동안 단대별로 불자 동아리를 조직하고 학장과 지도교수, 법사체계를 갖추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불교는 오면 환영하지만 가지 말라고 붙잡지 않는 태도였다.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사업에도 선정됐는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와도 연계된 사업이다. 2026년부터 4년간 청년 유망 창업기업을 발굴·육성하고, 교내 창업을 중심으로 한 창업 지원 체계를 본격 추진한다. 동국대는 AI-X·바이오메디·케어테크·디지털문화콘텐트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청년 창업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신입생 1920명을 모집하는 내년도 수시전형에 4만3500명이 몰렸다.
“최근 5년간 수시모집 지원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성화 학과 운영과 이공계 첨단분야 지원 확대, 광역화 모집 등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동국대에 대한 선호와 신뢰도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중앙일보 평가에서 ‘고교생 선호 대학’ 5위에 오르기도 했다. 학생의 성공적인 미래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교육 철학이 예비 대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경기 고양의 바이오메디캠퍼스(BMC)도 주목받고 있다.
“2011년부터 시작해서 15년째 성장해 왔다. 인구가 106만명인 고양특례시에서 종합대 캠퍼스로는 가장 경쟁력이 있다. 경기도 RISE 사업에 선정돼 5년 동안 111억원 규모로 연구 지원금을 받는다. 지역과 기업, 대학이 뭉쳐서 경기 북부의 거점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부터는 BMC부총장 직도 만들어 더욱 책임 있게 키우려고 한다. 미래에 남북 경제 교류가 활성화되면 한층 전망이 좋다.”
지하철 동대입구역 쪽에서 본 학교 전경이 확 바뀐다.
“동국대 역사상 가장 큰 규모 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로터스관’을 짓기 위해 지난달 착공식을 열었다. 2028년 8월쯤 완공할 계획이다. 지하 6층, 지상 3층으로 건물 두 개를 연결하는데 연면적 2만6000㎡(약 8000평)에 이른다.”
내년에 개교 120주년을 맞는다.
“순수한 민족 자본으로 외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세워진 민족 대학이라서 한층 가치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는 폐교를 두 번이나 당했고, 민주화·산업화 시대에도 기여를 했다. 120년 역사를 정밀하게 복원하고, 학교를 빛낸 훌륭한 동문과 학자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도 제시하겠다.”
🔍️윤재웅 총장=경남 통영 출신으로 서울 용산고를 졸업했다.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임용된 뒤 전략홍보실장·사범대학장·교육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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