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지진 대비하려면, 과거에 답이 있다

2025-03-29

1975년 2월4일, 중국 랴오닝성 하이청 지역에서 규모 7.3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거의 없었다. 학자들이 지진 발생을 예측했고 공무원들이 주민 대피령을 내리는 등 적절한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하이청 지진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의 유일한 지진 예측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는 그만큼 지진 예측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지진 예측에 필요한 데이터가 확보되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최신 예측 기법이 개발되고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진 예측은 과학기술 분야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꼽힌다.

지진 예측 기술은 크게 단기적 예측과 장기적 예측으로 구분된다. 단기적 예측은 지진 발생 전에 나타나는 미소지진, 지하수위 변화 등의 징후를 분석하는 지진 전조 연구이다. 앞서 언급한 하이청 지진이 전조 연구를 통한 예측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은 반복적인 예측, 즉 증명의 어려움으로 인해 학계가 인정하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장기적 예측은 과거 지진자료를 분석하여 미래 지진에 동반될 수 있는 지역별 지진동 또는 지반 가속도 세기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 결과는 ‘지진재해도’ 형태로 발간된다. 미래 지진의 정확한 발생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보통 수백 년 이내에 특정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규모별 지진의 발생 확률을 알아내는 것이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을 계기로 지진 발생의 기본적인 메커니즘, 즉 탄성반발설이 처음 제시됐고, 1960년대에 비로소 특정 단층에서 반복됐던 과거 지진에 대한 연구, 다시 말해 고(古)지진학이 본격화됐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지진재해도 제작을 법적으로 의무화했고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부지 안정성이 각별히 요구되는 원자력 등 에너지 산업에서 지진재해도 제작을 통해 미래 지진이 면밀히 평가 및 관리되고 있다. 사실상 지진재해도는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지진 예측과 관련된 가장 진보된 과학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진재해도는 지진계, 역사문헌, 또는 단층에 기록된 과거 지진 자료를 재료로 삼는다. 이러한 재료를 이용해 확률과 통계라는 계산식을 이용해 미래 지진을 예측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 지진자료 또는 미래 지진 특성, 즉 발생 가능한 최대 규모 등에 대해 전문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같은 요리를 만들더라도 음식 재료와 레시피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진재해도를 제작하는 절차에는 여러 전문가들의 토의 및 합의 과정이 포함된다.

한국은 일본, 대만 등 주변국에 비해 인명피해를 동반할 정도의 지진 발생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지진 경험이 부족하고 건축물과 인구가 집중돼 있어 재해에 취약하다. 물론 주기적으로 지진재해도를 갱신하고 이를 내진설계 기준에 적용하고 있지만, 과거 지진 자료의 부족 등 한계점이 존재한다. 요리 레시피와 같은 지진재해도 계산식은 기술적으로 고도화되고 있으나 과거 데이터의 부족으로 음식 재료를 선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지진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지진 발생 이력에 대한 이해가 가장 필요하다. 한국의 지진 환경모델과 더불어 주변국에서 일어난 초대형 지진, 기후변화 등과 같이 과거 지진에 영향을 미친 요소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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