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인공지능(AI) 고속도로를 필두로 국산파운데이션모델, 국산반도체 등 AI 미래를 향한 기틀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새해에는 이를 비롯해 AI 액션플랜 등을 신속히 집행하는 실천·행동력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새해 대대적 예산이 AI 분야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역시 AI 풀스택(인프라→모델→서비스→글로벌 진출)을 종합 지원하는 전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박윤규 NIPA 원장은 붉은 말의 해인 새해를 맞아 '적토마'를 거론하며 빠르게 실천하고, 행동하는 해가 될 것임을 이 같이 강조했다.
정부는 새해 AI 분야에 역대급 예산을 투입한다. 총 9조원에 달하는 예산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NIPA가 주도해 집행해야 한다. 박 원장을 비롯해 NIPA 구성원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특히 박 원장은 NIPA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 과학기술정통신부 차관 시절부터 AI가 촉발한 산업 변화의 물결이 금세 다가올 것임을 직감했다. 정부의 대대적 AI 투자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박 원장은 “올해 정부 출범 후 'AI 3대 강국 도약'을 선언하면서 AI 물결이 거세게 이어졌고, 오픈AI를 비롯해 엔비디아, 블랙록 등 글로벌 대표 AI·투자사들의 한국 대대적 투자 발표까지 진행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면서 “지난 6개월간 숨가쁘게 AI를 바라보고 뛰어온 정부, 기업, 국민의 노력과 의지가 우리나라 AI 분위기를 반등시켰고, 이제 전문기관인 NIPA가 이 분위기를 지속 이어가도록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NIPA는 GPU 1만3000장 구매사업부터 국가AI컴퓨팅센터, 독자AI파운데이션모델 등 정부의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지원하며 정부의 AI 여정을 밀착 지원했다. 그리고 새해에도 대규모 예산과 함께 AI 미래를 책임질 여러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 원장을 만나 올해 주요 성과와 새해 AI 산업 전망 등을 들어봤다.
대담=안호천 SW산업부장
-2025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올 한 해 NIPA 주요 성과는.
▲올해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 '전략적 동맹'을 통한 생태계 확장으로 국내 AI 기업들의 글로벌 밸류체인 진입 교두보를 마련한 해였다. 국내 투자 유치 측면에선 △엔비디아 첨단 GPU 26만장 공급 △오픈AI 한국 지사 설립 및 연구개발(R&D) 협력 △블랙록 20조원 투자 등이 추진됐다. 국제 협력 확대 측면에선 UAE 등과 AI 중심 첨단산업 동맹을 결성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피지컬 AI기반 항만·물류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올해 정부의 투자·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AI 고속도로', '모두의 AI' 등 국정과제를 적극 이행하기 위한 사업이 기획됐고 실제 일부 시행됐다. △국내 CSP를 통해 첨단 GPU 1.3만장 확보 및 임차 제공 △AI 모델 개발을 위해 국가대표 5개 팀 선정 및 자원 집중 지원 △국산 AI 반도체(NPU) 전주기 지원으로 2개 사 유니콘 기업 등극 △공공 AX, 의료 AI 사업을 통해 공공·산업 AI 대전환 촉진 △로봇·제조·AI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출범 등을 주요 성과를 꼽을 수 있겠다.
내년에는 3조1000억원 예산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연내에 사업 준비를 완료하고, 내년 1월부터 신속하게 사업 고도화와 AI·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성장 단계별 지원 체계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 시점 대한민국 AI 정책의 가장 큰 전환점은.
▲AI를 '첨단기술 정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토대를 이루는 '국가 인프라 정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큰 전환점이다.
그동안 AI 정책은 연구개발, 알고리즘 성능, 모델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제는 국가와 산업의 작동 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조 전환 단계이다. 특히 지금은 단기 성과를 논할 시점이 아니라 향후 10년, 20년 대한민국의 산업 주도권을 결정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시기이다. 또 2026년은 AI를 '잘 설계하고 생산해 수출하는 나라'로 도약이 가능할 지가 판가름 나는 분기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AI 모델을 몇 개 더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누구나 AI를 만들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AI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AI 고속도로'를 위해 진행 중인 GPU 5만 장 조기 확보와 AI데이터센터(AIDC) 구축이 가져올 변화는.
▲'AI 고속도로'는 AI가 실제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 막힘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차원의 실행 인프라다. 실제로 GPU·NPU, AIDC, 초고속 네트워크, 안정적 전력 공급, 그리고 규제나 제도, 표준까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한 통합 인프라를 의미한다.
아무리 뛰어난 AI 기술과 모델이 있어도 연산자원이나 데이터,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면 현장에서는 실험조차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GPU 5만장 조기 확보와 AIDC 구축은 'AI 고속 도로'의 핵심 구간을 먼저 완성하는 조치이다.
그동안 고성능 GPU와 대규모 연산 인프라는 글로벌 빅테크나 일부 대기업 중심으로 활용됐다. 이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연구자에게도 동등한 출발선이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AI 서비스 개발·실증·검증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고, AI 연구·개발이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기본 역량으로 확산되는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본 규모보다 아이디어와 문제해결 능력이 더 중요한 환경, AI 창업과 신사업에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로 전환될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 AI, 피지컬 AI 분야 성공 가능성은.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은 우리가 따라가는 성격의 경쟁에 가깝다. 그러나 피지컬AI나 버티컬AI는 이제 시작 단계다. 프레임워크나 전략을 잘 짜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제조 강국이라는 부분은 우리의 큰 강점이다. 몇 달 전 미국 실리콘밸리 행사를 갔었다. 미국에서는 다들 에이전틱 AI 얘기만 한다. 이들은 제조업이 없어서 산업 데이터가 없다. 피지컬AI 얘기하는게 허망한 얘기에 가깝다.
정부가 피지컬 AI 3강이 아니라 글로벌 1등을 목표로 잡은 이유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새해 전북과 경남에 각각 1조원씩을 투입해 피지컬AI 분야를 적극 지원하는 것도 우리나라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분야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덕분이다.
특히 피지컬AI 분야는 미중 경쟁이 아닌 한중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도 제조 강국이지만 중국도 우리못지 않게 제조에 경쟁력 있다. 미중간 갈등 측면에서도 피지컬 AI 분야는 우리에게 기회가 많다고 본다.
-국산 AI 반도체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국산 AI 반도체 전략의 핵심은 글로벌 기업과 동일한 성능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산업과 사회에 실제로 쓰이는 영역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고 성능을 목표로 한 범용 경쟁은 시간·비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대한민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과 수요가 명확한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 필요하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그리고 제조·의료·교통·안전·재난 대응 등 산업·공공·생활 밀접 분야는 국산 AI 반도체가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 제작, 검증, 실증, 상용화, 해외 진출까지 전 주기를 하나로 묶는 지원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과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초기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생활·안전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에서 상용화 사례를 먼저 만들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민간 확산과 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국산 AI 반도체 전략은 '세계 최고 성능을 따라가는 경쟁'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과 국민 생활에 가장 잘 맞는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확산시키는 경쟁을 해야 함에 있다.
-K-AI 모델 개발과 'AX(인공지능 전환)'에 대한 전략적 방향은.
▲최근 AI 경쟁 환경은 단순히 해외 우수 AI 모델을 도입·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누가 AI를 지속적으로 설계·고도화하고, 산업과 공공 현장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느냐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국내 AI 활용은 글로벌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중심으로 일부 업무 효율화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제조·의료 등 산업과 행정·안전 등 공공영역에서는 우리 산업과 제도, 업무 환경을 깊이 이해하는 K-AI 모델의 필요성이 증가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K-AI 모델 개발과 AX 대전환은 분리된 과제가 아니라 하나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산업·공공 특화 AI 모델을 확보함으로써 기술 선택권과 통제력을 갖추고, 이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동시에 AI를 개별 업무에 보조적으로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서비스 제공 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산업·공공 전반의 AX 대전환을 본격화 할 시점이다.
핵심은 'AI 모델 개발'과 'AI 활용'이 동시에 진화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모델은 있으나 쓰이지 않거나, AI를 쓰지만 핵심 기술은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새해 AI에 큰 예산이 투입되는데, 효과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성과를 창출할 방법은.
▲이제는 '지원의 폭을 넓히는 방식'에서 벗어나 '우수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소액 다수 과제보다는 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하고, 성공 가능성이 검증된 프로젝트에는 과감하게 자원을 재투입해야 한다. 성과 지표도 과제 수나 참여기업 수가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 적용 사례와 시장 창출 여부로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수백 개의 AI 과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통하는 대표기업과 대표적 서비스 사례'를 만들겠다는 선언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도 NIPA의 주요 역할과 전략은.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대규모 AI 투자가 본격화되고 국제 AI 경쟁력 평가에서도 대한민국의 위상이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SK·현대차·LG그룹 등 4대그룹은 2030년까지 총 800조원 이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NIPA는 AI 풀스택(인프라→모델→서비스→글로벌 진출)을 종합 지원하는 대표 전문기관, 즉 AI 기업과 산업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NIce PArtne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AI 모델·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 혁신과 접근성을 확대하고, K-AI 모델 개발과 산업·공공·지역 전반의 AI 서비스 확산을 지원할 것이다. K-AI 인프라·모델·서비스의 해외 확산과 글로벌 협력을 주도해 AI 글로벌 이니셔티브도 확보해야 한다.
새해에는 AI 3강 도약을 속도감 있게 뒷받침하면서, 기업과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대표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2026년 새해 소망이나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올 한해를 돌이켜보면 AI 시장의 충격을 준 결정적인 모멘텀으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새해 벽두에 중국발 딥시크(Deepseek) 발표는 중국 AI 스타트업이 저비용으로 고성능 모델을 개발해 글로벌 AI 산업에 큰 충격을 줬다. 최근 구글이 자체 개발한 TPU의 외부 개방은 엔비디아 중심의 AI 칩 시장 독점을 흔들며 데이터센터 비용 절감 대안으로 부각됐다.
2026년 새해에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빅테크(골리앗)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다윗의 전략'을 배우는 해가 되길 희망한다.
내년에는 우리의 독자파운데이션모델(독파모) 기업들이 세계 최고 모델을 능가하는 혁신적인 K-AI 모델을 개발하기를 기대하며, 또한 국내 NPU 기업들이 구글의 TPU에 버금가는 AI 반도체 강자로 부상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마지막으로 NIPA는 새해 내부적으로 구두 보고 활성화를 통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전문성을 확보·강화하기 위해 늘 공부하는 전문조직으로 거듭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박윤규 원장은...
박윤규 NIPA 원장은 제37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 정보통신정책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거쳐 2022년 6월부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을 역임했다. 올해 3월 제6대 NIPA 원장으로 취임 후 독자AI파운데이션모델, GPU 구매 사업 등 정부 주요 AI 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리=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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