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051910)이 수처리 필터 사업에서 11년 만에 철수하며 전략적 사업 재편에 나섰다. 중국발 공급과잉 속 구조조정에 난항을 겪던 석유화학 산업에 조 단위 빅딜이 등장하자 업계 재편을 촉발할 신호탄이 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멤브레인 사업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별도의 매각 주관사 없이 양사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매각 대상은 청주 공장과 멤브레인 생산 기술, 글로벌 수처리 네트워크 등 사업부 전반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 매출은 약 2000억 원 수준으로 매각 희망가는 1조 원 중반대이지만 1조 원 안팎으로 조정될 여지가 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650억 원으로 글랜우드PE 외 국내외 여러 PEF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카브아웃(사업부 분할 인수) 전략에 익숙한 글랜우드는 지난해 부방그룹의 수처리 회사 3곳을 인수한 바 있다.
멤브레인은 오염된 물을 정화하거나 해수를 식수로 전환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해수 담수화와 산업용수 정제, 하수 재이용 등에 쓰인다. LG화학은 2014년 미국 나노에이치투오(NanoH2O)를 인수하며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청주에 대규모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오만과 모로코 등 세계 주요 생산 시설에 제품을 공급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LG화학의 과감한 결단은 배터리 소재와 특수 화학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집중하려는 전략의 결과다. 미국 듀폰과 일본 도레이 등 글로벌 강자들과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사업부를 분할 매각한 뒤 본업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이다. 멤브레인 사업부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분리막 등 2차전지 소재 부문과 고기능성 플라스틱, 바이오 플라스틱 등 스페셜티 케미컬 분야에 재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처리는 산업 시설 가동과 환경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수요가 일정한 사업”이라며 “글랜우드PE처럼 제조업과 폐기물 사업체를 보유한 PEF가 가져간다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