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해인사 대적광전은 주악비천상이 천상의 세계를 장엄한다. 비파를 연주하는 모습이며 춤을 추는 율동은 2천년 전 고구려 풍이다. 주악의 선율에 따라 천녀의 천의가 물결치는 듯하다. 화공은 그 찰나의 동작과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작품 속에 담는다. 완주 송광사 대웅전 주악비천상도 감동의 향연이다. 흥미로운 것은 연주자가 무당이 될 수 있고 관객과 함께 호흡을 한다는 점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들의 작품보다 양대 사찰의 주악비천도가 더욱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헤리티지산업화 연구소기업 ㈜온고 김동철 대표가 ‘한국 악기의 계보와 미학(온고출판사·1만3,000원)’을 펴냈다.
김 대표는 “한국전통문화전당 초대 원장 시절 세종대왕이 직접 만든 곡 ‘여민락’ 공연을 기획하면서 한국 악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며 “여민락 연주에 등장하는 악기들의 연원을 살피면서 한국 악기의 계보를 추적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나눠진다. 1부 ‘세계문화유산 속의 단청 벽화’에서는 합천 해인사 명부전 벽화, 완주 송광사 벽화, 부안 내소사 벽화, 국보에 나타난 우리 악기를 다룬다. 2부 ‘한국 고대 악기의 기원’은 선사시대 음악 반구대 이야기, 고조선의 공무도하가 리라에서 공후로 하프로, 안악 3호분 악대 행렬을 설명한다. 3부 ‘서역 악기의 전래’는 서역 악기 비파의 전래와 고구려의 춤과 음악을, 4부 ‘고구려와 만주 제국 악기의 비교’는 고구려와 북제, 고구려와 거란, 동아시아의 문화강국 고구려를 집중 조명한다.
김동철 대표는 “고대 한국인의 악기는 하늘과 교감하고, 자연과 공명하며, 신성과 연결되던 의례의 매개체였다”며 “그들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공명하는 방식으로 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악기의 계보를 더듬는 일은 기록되지 않은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일”이라며 “우리가 가진 가장 오래된 것에서 가장 새로운 소리를 찾아내는 일, 그것이 이 시대 문화의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김동철 대표는 이번 책 출간을 기념해 전주 온고갤러리(경기전길 42)에서 전북지역 주요 사찰에 남아 있는 주악비천상을 현대적으로 조명하는 기획전 ‘전북 사찰 주악비천상의 환희’를 31일까지 열고 있다. 주악비천상은 불교미술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하늘을 나는 신적 존재를 형상화한 조형물로, 고대 동아시아의 음악 문화와 신앙을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평가받는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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