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반파쿠

2025-05-02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지난달 13일 개막했다. 개막 11일 만에 입장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 주최 측이 밝힌 오는 10월 13일까지 6개월간 입장객 목표는 2820만 명이다. 그러려면 하루 평균 약 15만 명씩 입장해야 하는데, 11일째에 100만 명이면 목표 달성은 힘들 듯 보인다.

한국에서는 엑스포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반파쿠’라고 한다. 만국박람회를 줄인 만박의 일본어 발음이다. 1970년에도 오사카에서 반파쿠가 열렸다. 당시 일본은 고도 경제 성장기였고, 6400만 명이 입장했다. 필자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지만 당시를 경험한 사람들은 엄청나게 긴 줄을 서서 입장했다고 한다. 도쿄 디즈니랜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도 없던 시절 반파쿠는 세계 각국의 신기한 것들이 모인 꿈 같은 행사였던 것 같다.

5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바뀌었다. 세계 경제 순위가 미국에 이어 2위였던 일본은 이제 4위로 떨어졌다. 반파쿠 개최가 결정됐을 때부터 현지 오사카 사람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개최를 앞두고 비용 증가와 건설 지연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그렇지 않아도 오사카는 ‘오버투어리즘’ 상태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다. 개막 전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은 이렇게 관광객이 많은데 굳이 반파쿠까지 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전국여론조사 결과도 오사카 간사이 반파쿠에 가고 싶냐는 질문에 가고 싶다고 답한 사람이 32%에 그쳤다.

그래도 막상 개막하면 즐겁게 다녀왔다는 후기도 SNS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 나도 ‘한국의 날’ 5월 13일에 맞춰 갈까 한다. 그날 여러 행사가 열리는데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한국관광명예홍보대사에 취임하는 임명식과 토크 행사도 예정돼 있다. 사카구치는 지난해 가을에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이세영과 함께 주연을 맡는 등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일본 배우다.

참가국 중 가장 큰 규모라는 한국관도 궁금하고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으로 한·일 교류를 상징하는 조선통신사가 탔던 배를 재현한 ‘조선통신사선’이 5월 11일 오사카항에 입항할 예정이라고 한다. 4월 28일에 부산항을 출항해 261년 만에 오사카항을 향해 항해 중이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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