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거대 공룡기업인 넷플릭스가 지상파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지상파 3사 콘텐츠를 모두 갖췄던 토종 OTT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 넷플릭스, SBS와 손 잡다…넷플릭스서 '지상파' 시청
지난달 20일 넷플릭스가 지상파인 SB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SBS 프로그램을 국내 넷플릭스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신작 드라마 중 일부를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넷플릭스는 더 많은 고품질의 한국 콘텐츠를 얻고 SBS는 더 적극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꾀하면서 부족한 제작비를 넷플릭스로부터 확보할 기회를 얻게 됐다.
파트너십 체결과 동시에 넷플릭스에는 SBS의 간판 예능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 '생활의 달인', 'TV동물농장', '골때리는 그녀들'을 비롯해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와 다큐멘터리 'SBS 스페셜' 그리고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 등이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토종 OTT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 '꼬꼬무'는 넷플릭스 서비스와 동시에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시리즈'에서 각각 7, 8위(7일 오후 2시 기준)에 랭크되면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SBS의 작품 중 눈여겨 볼 것이 바로 '모래시계'이다. 1995년 방영돼 해방 및 6.25 이후 최대의 격동기였던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은 방영 당시 '레전드 드라마'로 꼽혔다.
당시 최고 스타 최민수와 고현정, 박상원, 이승연, 조민수가 총출연했으며, 평균 시청률은 46%였고 최종회는 64.5%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모래시계'는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부터 제6공화국 출범까지를 배경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직접적으로 묘사해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작품 내에서는 계엄 선포, 계엄군의 과잉 진압과 무고한 광주 시민들의 저항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격동의 대한민국의 역사와 개인의 인생이 맞물린 내용인 '모래시계'는 현 시대와 맞닿아 있어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작품 내 계엄사태가 12·3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그리고 탄핵 과정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 12·3 비상계엄 선포 후 과거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택시 운전사', '1987'과 '서울의 봄'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번 '모래시계' 역시 국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 관계자는 "SBS와의 콘텐츠 파트너십에 따라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을 점진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모래시계' 역시 사전에 정해진 일정에 맞춰 공개하게 됐다. 당시의 다른 작품들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모래시계' 공개 시점이 이번 사태와 큰 연관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워낙 신화적인 대히트작이라 상징성이 있어 공개하지 않았을까 한다. 또 시의성으로도 두루두루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위협받는 토종 OTT…"국내 플랫폼 합병이 경쟁력 기를 수 있어"
넷플릭스가 SBS와 손을 잡으면서 위협을 받는 것은 바로 토종 OTT이다. 토종 OTT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모두 서비스했다. 그러다보니 이를 보기 위해 웨이브에 신규가입하고 가입을 유지하는 사용자가 존재했지만, 그중 SBS를 넷플릭스에서 시청이 가능하다보니 이탈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SBS 콘텐츠 '꼬꼬무'의 경우 콘텐츠 공개 후 주말 동안 '오늘의 대한민국 TOP10 시리즈'에서 순위가 3위까지 상승했다. SBS콘텐츠가 계속해서 좋은 반응을 이어간다면, MBC와 KBS 역시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MBC는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를 받아 '나는 신이다', '피지컬 100' 등의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고, 두 콘텐츠의 파급력 또한 대단했다. 토종 OTT는 투자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글로벌 OTT에 비해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이 어려운 상황이다. 티빙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스포츠 중계로 노선을 확장한 반면, 웨이브는 지상파 3사 콘텐츠 서비스와 동시에 '뉴클래식 프로젝트'로 당대 인기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 등을 다시 선보이며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SBS의 콘텐츠를 서비스하면서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던 웨이브의 장점은 옅어지면서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콘텐츠 경쟁력은 토종 OTT가 해외 글로벌 OTT와 비교했을 때 열세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국내 방송사 자체 제작 드라만 콘텐츠이다. 이런 것들이 넷플릭스로 넘어 간다면 우리나라의 OTT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우리나라 OTT성장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가능한한 우리 콘텐츠 제작자나 플랫폼이 최대한 협의를 잘 해서, 하나의 OTT로 뭉쳐서 규모의 경쟁을 이루는 것이 OTT의 존속성에서 벗어나서 토종 OTT의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