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만 경단녀 재진출 돕기 기업도 정부도 ‘구슬땀’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2025-03-15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노력

에어비앤비, 공유 숙박 창업 교육 운영

호스팅 나선 경단녀 “삶의 동력이 생겨”

기업 이어 지자체·정부도 팔 걷어붙여

여가부, 1만3000명 재취업 돕기 나서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경력단절여성은 약 122만명이다. 경력단절여성은 15∼54세 기혼여성 중 결혼과 임신·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 돌봄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미취업 여성을 말한다.

2020년 같은 조사에서 약 151만명으로 집계되고 이듬해에는 약 145만명으로 감소하는 등 매년 줄어들지만, 경력단절여성은 전체 미취업 여성의 절반 수준이어서 사회 문제의 하나로 인식된다. 지난해에도 전체 미취업 여성(260만여명)의 47%가 경력단절여성이었다.

여성의 경력 단절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해서다. 이들의 사회 재진출을 돕는 기업, 정부의 노력을 살펴봤다.

◆‘경단녀’와 사회 이어주는 기업들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6주에 걸쳐 경력단절여성 대상 공유 숙박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들의 자존감 유지와 사회성 회복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이다. 총 40명이 참여해 이 중 5명을 우수 수료생으로 선발, 숙소 준비부터 플랫폼 등록 등 초기 운영을 위한 일대일 맞춤 교육 ‘인큐베이팅’을 진행했다.

패션 VMD(비주얼 머천다이징) 경력자인 50대 김미애씨는 지난 5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에어비앤비 주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전에 패션 VMD로 활약했던 경험이 호스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에서 공유 숙박을 운영하는 그는 소비자가 방문하고 싶어하는 매장 콘셉트를 잡듯 게스트가 잊지 못할 숙소 경험 제공을 위해 고민하는 자체가 삶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관광통역사 자격증 보유자로 관악구 한 아파트에서 여성 전용 공유 숙박을 운영하는 50대 김현숙씨는 재취업으로 여행사를 택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관광 프로그램을 짜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 더 좋았다고 했다. 그는 손님들에게 서울역사박물관 투어를 제공함으로써 경험도 살리고 더욱 성취감도 맛볼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이들은 호스팅을 통한 사회와의 재연결이라는 의미가 있고, 주도적인 삶을 살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에어비앤비는 올해도 경력단절여성의 사회 재진출을 도울 방안을 여러 단체와 논의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사회혁신기업과의 인턴십 매칭으로 경력단절여성 등의 일자리 기회 확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신성통상의 의류 브랜드 탑텐도 서울 강동여성인력개발센터와 함께 경력단절여성의 새로운 커리어 시작을 지원하는 ‘패밀리 파트너(주부사원)’ 1기 공개채용에 나선 터다.

◆서울시도 ‘경단녀’ 지원…여가부도 돕는다

정부, 지방자치단체도 발 벗고 있다.

서울시는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서울우먼업 프로젝트’로 올해 총 2620명을 지원한다. 모집과 심사를 거쳐 2500명에게 3개월간 매달 30만원씩 구직지원금을 지급한다. 직업훈련교육 수료와 자격증 취득 등으로 취업 준비가 된 120명을 선정해 기업 인턴 기회 제공에서 취업까지 연계하는 ‘우먼업 인턴십’ 사업도 진행한다. 경기 화성특례시와 전남 나주시 등도 경력단절여성의 취·창업 지원사업을 펼친다.

여성가족부는 산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를 통해 인공지능(AI) 활용 마케팅 전문가 등 총 724개 무료 직업교육훈련 과정 운영으로 경력단절여성 총 1만3000여명의 재취업을 돕는다. 운영 과정은 여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새일센터 대표전화(1544-1199)로 훈련 참여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경력단절여성의 자립을 돕는 움직임과 별개로 당사자가 직접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까지는 여러 걸림돌을 마주한다고 한다.

여가부의 ‘2022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를 보면 구직 시 경력단절여성이 가장 많이 겪는 애로사항은 ‘일자리 정보 부족’(16.8%)이다. 이어 △사회적응 자신감 부족(13.9%) △일자리 경험이나 경력 부족(13.5%) 등 순이다. 직전인 2019년 조사의 △일자리 정보 부족(12.6%) △사회적응 자신감 부족(9.2%) △일자리 경험이나 경력 부족(12.5%) 등과 비교해 그 비율이 증가한 것이어서 경력단절여성의 체감 현실은 여전히 차가워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22년 조사에서 경력단절 후 첫 일자리 얻기 위한 ‘적극적인 구직 활동 여부’ 질문에서도 ‘해본 적 없다’가 61.4%로, ‘해본 적 있다’(38.6%)의 두 배 수준이다. 이들은 정부에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을 바라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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