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에 글로벌 탄소세 압박이 더해질 전망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관련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셈법 계산에 점차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CBAM은 EU가 도입한 무역 관세 일종으로, EU로 수입되는 제품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넘으면 EU 생산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CBAM 인증서 구매를 통해 부과하는 제도다.
앞서 지난 2021년 EU 집행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과 공정한 무역 경쟁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CBAM 도입을 제안했다. 이 제도는 2023년 5월16일 공식 발효했으며 같은 해 10월부터 전환 기간이 시작됐다. 본격 시행일로부터는 1년도 채 안 남은 상황이다. EU가 CBAM 도입을 확정하자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에서도 CBAM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논의 중이다.
EU의 탄소세 압박에 철강업계는 울상이다. CBAM 적용 품목 대상 중 철강 제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CBAM 중 EU로 수출되는 철강 비중이 89.3% 수준이라, CBAM 시행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 탄소비용 부담이 커질 공산이다.
실제 철강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구 전체 배출량의 약 7~9%를 차지한다. 세계철강협회는 철강 1톤(t)을 생산하는 데 평균 이산화탄소 1.83톤(t)이 배출된다고 밝힌 바 있다.
가뜩이나 국내 철강업계는 글로벌 무역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수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탄소세 비용 부담을 안아야 할 수 있어 이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에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는 탄소 배출 규격을 맞추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는 단기적으로 '전기로', 중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친환경에너지 소재인 고망간강 개발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고로 복합공정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저탄소 철강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달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국제강 역시 하이퍼 전기로 공정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며, 조만간 친환경 철근 대체재로 꼽히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제품 개발에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특히 기업 차원에서 CBAM 시행에 따른 막대한 인증서 구매 비용을 감당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정부와의 협력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 기업은 CBAM 시행에 따른 비용 부담 최소화를 위해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며 1년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며 "다만 행정적인 측면에서 정부의 도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와의 긴밀한 협상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