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더 사람+
고양이가 줄지어 장독대에 앉은 사진을 보셨나요? 마치 고양이 결혼식 하객같이 보여요. 하늘에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기원하는 고양이 사진도 있고요. 우산 아래서 섀도 복싱을 하는 고양이 사진도 있어요. 능소화 꽃과 노니는 아이도 있고요. 눈밭에서 뛰어노는 고양이도 있죠.

참! 파밭에서 얼굴만 내민 고양이, 즉 ‘파묘’란 제목의 사진은 파밭 고양이 사진찍기 흉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네요. 이 모두 고양이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진 이용한 작가의 사진인데요. 원래 시인 겸 여행 작가였던 그는 2007년부터 블로그에 고양이 사진을 올려왔으며, 2009년 고양이 에세이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가 베스트셀러가 됐죠. 이후 그는 모두 15권의 책을 냈고요. 2011년엔 ‘고양이 춤’이라는 독립영화도 찍었답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독자 올림
이용한 작가의 고양이 사진을 익히 아는 터였다.
남다른 사진이기에 절로 눈길이 가며,
그 사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용한 표 사진’이기에 그랬다.

그에게 만날 장소로
고양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부탁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사진을 찍는지 지켜보고 싶어 그리한 게다.
그가 선정한 장소는 경기도 여주의 ‘턱시로드’였다.

선 인터뷰, 후 사진이 원칙이건만
그의 제안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날씨가 더워지면 고양이는 그늘로 들어가
활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는 19년 차 고양이 사진작가의 연륜이었다.
‘턱시로드’에 들어서자
그는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비닐봉투를 두손으로 비벼 소리를 냈다.
고양이 간식인 닭가슴살이 든 비닐 소리,
바로 고양이를 부르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반응한 고양이들이 오래지 않아 한두 마리씩 나타났다.
가장 먼저 나타난 고양이는 아니나 다를까 턱시도 차림이었다.

과연 그랬다.
가슴팍에 선명한 하트를 가진 ‘징코’였다.
다음으로 황금색 눈을 가진 이름 없는 고양이가 나타났다.
이때 이 작가는 성큼성큼 반대쪽으로 걸어가 나뭇잎을 땄다.
그러고는 그 나뭇잎에 닭가슴살을 올려 바닥에 놓았다.
그 나뭇잎은 고양이 밥그릇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