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윤찬이 달라져서 깜짝 놀랐다. 늘 새로움을 추구해 온 그이기에 달라졌다는 얘기는 진부할 수 있다. 다름 아닌 머리 모양 얘기다. 다니엘 하딩 지휘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와 아시아 투어를 앞둔 임윤찬이 로마에서 이들과 라벨 협주곡을 연주했다. 현지 언론은 “투명하면서도 강렬하다”라고 호평했다. 기사와 오케스트라 홈페이지에 실린 임윤찬의 머리 모양에 눈길이 간다. 프란츠 리스트(1811~1886)를 닮아서다. 바르샤바에서 라벨을 협연한 임윤찬 사진은 더 화제가 됐다. 리스트의 모습에 임윤찬을 합성한 사진이 ‘림스트’란 제목으로 SNS에 돌아다녔다.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임윤찬은 자연스러운 더벅머리를 유지했다. 이마를 가린 머리 모양은 ‘덮윤찬’이라 불렸다. 비슷한 더벅머리를 한 일본 피아니스트 가메이 마사야는 ‘일본의 임윤찬’이란 별명을 얻었다.

현재 머리는 임윤찬의 오랜 염원의 실현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임윤찬은 라디오 프로그램 ‘KBS음악실’에 출연해 리스트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와 ‘초절기교 연습곡’ 중 몇 곡을 연주하고 진행자 김주영과 대담을 나눴다. 머리 모양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임윤찬은 “올백에 단발이던 리스트 스타일을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부모님과 친구들이 다 반대했다. 곱슬머리라 머리를 펴고 길러보려 했는데 쏟아지는 형태라 어려웠다. 리스트 머리를 하고 싶었는데 안 됐다”며 아쉬워했었다. 프로그램에서 그는 리스트를 “피아니스트뿐 아니라 작곡가·교육자·지휘자”라며 “조성 없는 미래 음악을 예견하는 등 음악을 개척해나가는 선구자”라 강조했다.
세상에서 피아노를 가장 잘 쳤던 프란츠 리스트는 ‘원조 클래식 아이돌’이었다. 28세 때인 1839년부터 8년 동안 대규모 유럽 투어를 돌 때 그의 인기는 신드롬에 가까웠다. 여성 팬들은 연주를 듣고 기절하거나 히스테리에 가깝게 열광했다. 리스트가 사용한 손수건이나 홍차 찌꺼기를 기념품으로 훔쳐가거나 호텔에 잠입해 목욕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이네는 ‘리스토마니아(Lisztomania)’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임윤찬의 팬덤 역시 티켓을 매진시키고 해외까지 원정 관람하는 등 열광적이다.
‘리스토마니아’가 유럽을 휩쓸던 1848년, 리스트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를 방문해 여러 차례 공연했을 때 반응은 뜨거웠다. 그 뒤 리스트 서거 100주기인 1986년 제1회 리스트 콩쿠르가 위트레흐트에서 열렸다. 14회를 맞는 리스트 콩쿠르가 내년 1월 16일부터 24일까지 위트레흐트 티볼리 흐레덴부르흐에서 열린다. 8명의 결선 진출자 중 김강태·김민규·김선아 등 우리나라 피아니스트가 3명이다. 100여 년 전 세계를 열광시킨 피아니스트의 자취가 여전하니, 음악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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