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밑에서 씨름만 하는 농구를 누가 보겠나.”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4연패를 당한 김효범 서울 삼성 감독이 던진 이 한마디가 논란이 됐다. 팀의 주포 코피 코번이 상대 선수들의 거친 수비에도 파울 판정을 받지 못하자 나온 발언이었다. KBL은 이를 문제 삼아 30일 김 감독에게 제재금 70만원을 부과했다.
김 감독은 “코번이 28분을 뛰며 14번의 공격 기회를 잡았는데 자유투는 4개밖에 얻지 못했다”며 “3명이 달라붙어도 발을 빼서 공간을 만들었는데 파울이 안 불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후에도 “선수 보호가 우선”이라며 하드콜 기조에 반발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코번의 피지컬을 활용한 ‘몰아주기’ 농구가 통하지 않자 나온 변명으로 볼 수도 있다. 키 211cm, 체중 145kg의 압도적인 체격을 가진 코번은 라건아, 게이지 프림조차 감당하기 힘든 KBL 최강의 피지컬을 자랑한다. 더블팀에 대응하는 패스 능력도 갖췄지만, 느린 발과 좁은 활동반경으로 인해 가로수비나 공수전환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라건아나 자밀 워니처럼 달리는 빅맨, 포워드 외인들에게 고전하기도 한다.
하드콜은 원래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됐다.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은 “억지스러운 동작으로 파울을 끌어내 경기 흐름을 끊는 행위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조가 피지컬을 앞세운 선수들의 플레이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원주 DB의 치나누 오누아쿠가 5경기 평균 14.4득점, 필드골 성공률 44.6%로 고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하드콜 도입 이후 리그 전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 피지컬로 승부를 보던 선수들이 고전하는 모양새다. 지난 27일 SK전에서도 삼성은 3쿼터 중반까지 19점 차 리드를 잡았다가 4쿼터 들어 파울과 턴오버로 역전을 허용했다. 코번을 향한 집중 수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였다.
스피드나 기술이 부족하면 골밑에서 피지컬로 승부 보기가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코번의 개인 기록이 하드콜 도입 전후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삼성이 코번 의존도를 낮추고 팀플레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속공이든 다양한 패턴 플레이든, 팀 단위 움직임을 짜는 감독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