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중개 수수료 외에 라이더들이 받는 배달 대행 수수료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쿠팡이츠가 배달 파트너 대상 등급제를 도입하는 등 중개 수수료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효율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4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달 30일부터 ‘배달 파트너 리워드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동안 인천에서 시범 운영하던 시스템을 이번에 전국구로 확대해 도입한 것이다. 앞서 쿠팡이츠는 배달 앱 시장 진출 초기인 2021년 라이더 확보를 위해 리워드 프로그램 운영을 했다가 접은 이력이 있다. 이번에 프로그램을 개편해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하게 된 것이다.
신규 프로그램은 ‘배달 효율성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쿠팡이츠 자체 배달 라이더들을 △프렌즈 △웰컴 △블루 △골드 등 4개 등급으로 나눠 기본 수수료에 더해 등급별 차등 보너스를 추가로 주는 방식이다. 가장 높은 등급인 골드 라이더는 30%의 리워드를 받는다. 기본 배달비가 3000원이면 건당 900원을 더 받는 것이다. 특히 2주마다 배달 건수, 배달 수락률 등을 기준으로 라이더 등급을 다시 평가한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추가 리워드를 받기 위해 해당 플랫폼의 배달을 더 많이 하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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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워드 프로그램 도입으로 배달 앱은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 현재 배달 대행 시장은 플랫폼에서 주문만 받고 입점 업체 점주가 하는 ‘가게 배달’과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주문부터 배달까지 맡아 하는 ‘자체 배달’로 양분돼 있다. 쿠팡이츠는 수익성이 높은 자체 배달만 하는데 배달 수요가 몰리는 피크 타임에는 라이더들에게 웃돈까지 지급한다. 하지만 리워드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라이더에게 등급 상향을 미끼로 낮은 배달비로 먼 거리 배달이나 악천후 배달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배달 업무를 꾸준히 하는 배달 파트너에게 혜택을 돌려드리기 위해 리워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만 밝혔다.
플랫폼 입장에서 라이더 관련 비용 효율화는 경영상 필요한 결정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주도의 상생협의체를 통해 입점 업체로부터 받는 중개 수수료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른 창구에서 돈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이츠의 경우 배달의민족만큼 입점 업체로부터 받는 광고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각종 투입 비용을 낮춰 수익성을 지키려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배달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77억 원에 불과해 입점 업체 중개 수수료가 줄면 적자 전환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높아진 시장점유율을 고려해도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역시 비용 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배민은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글로벌 경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지난해 699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배당금으로만 DH에 4127억 원을 지급해 국부 유출 논란을 낳기도 했다. 모기업에 고배당을 유지하려면 낮아지는 입점 업체 수수료율을 메꾸기 위해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아끼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