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인 줄 알았는데”…2040 젊은층 노리는 ‘대장암’

2025-05-29

작년 대장암 환자 18만4126명…40대 이하 2만2706명

#. 40대 초반 남성 A씨는 갑작스러운 복통과 혈변을 보여 한양대병원을 찾았다. 대장내시경 결과 ‘직장암’ 3기.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라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생존율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가족력도 흡연 경력도 없어 암에 걸릴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고 건강하게 살아온 그였다. A씨는 현재 수술을 마치고 항암 치료를 앞두고 있다.

대장암 환자가 한 해 19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2040 젊은 환자 비중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육류 위주의 식습관 뿐 아니라 스트레스, 항생제 오남용 등으로 인한 환경 변화가 영향을 끼치면서 젊은 세대에서도 발병이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세계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해 받은 ‘대장암 발병 현황’을 보면 지난해 18만412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2021년 16만7905명, △2022년 17만2421명, △2023년 18만2606명에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40대 이하 대장암 환자는 2만2706명으로, 전체 환자의 12.33%를 차지했다. △2021년 1만7650명(10.51%), △2022년 1만9052명(11.04%), △2023년 2만1601명(11.82%)으로 그 비중이 매해 커지고 있다.

대장암 발병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각각 30%, 70%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육류 위주의 식습관, 음주, 흡연, 스트레스, 환경오염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의 발병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항생제 오남용’이 꼽힌다.

박성실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는 지난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항생제를 과다 투약하면 유익한 미생물들이 사멸되고 그 자리를 해로운 균들이 채운다. 해로운 균들은 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미생물에서 나오는 독소가 대장암을 발병시키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장내에는 약 200종의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미생물이 있다. 일부 미생물은 우리 건강에 해롭지만, 많은 미생물은 건강한 신체에 필수적이다.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이런 유익한 미생물까지 없앨 수 있다.

대장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가 넘을 정도로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그러나 초기엔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하지 않으면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젊은 환자는 암이 진행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 박 교수는 “젊기 때문에 암에 걸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지내다 복통, 혈변 혹은 흑변, 빈혈, 설사, 변비 등의 증상이 나오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증상이 나올 정도면 이미 3기 이상으로 진행된 암”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작은 용종에서 시작하는 만큼, 정기 검진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면 대장암을 예방하거나 조기 발견을 통해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대장항문학회에서는 가족력이 없는 경우 50세 이상부터 대장내시경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만큼, 40대가 되면 대장내시경을 받을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검진 주기는 검사 결과에 따라 다른데 용종이 없다면 5년마다, 용종이 발견되면 용종의 성격과 개수에 따라 1~3년 주기로 검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대장암 예방법>

1. 하루 필요한 양의 적정한 단백질(곡물류, 육류), 탄수화물, 지방의 섭취가 권장된다.

2. 총 칼로리 섭취량 중 지방 비율을 30% 이내로 줄인다. 다량의 붉은색 육류와 동물성 지방은 제한하며, 고칼로리의 음식을 줄인다.

3. 비타민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 과일 등과 함께 잡곡류, 콩류, 해조류, 채소류 등 양질의 식이섬유를 섭취한다.

4. 저지방 우유 및 유제품, 발효유제품 등을 섭취하여 충분한 칼슘을 섭취한다.

5. 하루 1.5ℓ 이상의 충분한 물을 마신다.

6. 장기간 보관되거나 짜게 절인 음식, 짠 음식을 피한다.

7. 가공육,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조미료, 훈제식품은 제한하여 섭취한다.

8. 규칙적인 운동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며,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9. 금연을 하고 과음을 하지 않는다.

10. 50세 이후 5~10년마다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그러나 대장암의 가족력 등의 대장암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의사의 진료에 따라 대장암 예방 검사를 받는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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