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리당략에 매몰된 정치권의 반중·반일 정서 자극이 도를 넘었다.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당 성향의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사법부 수장에게 친일 프레임을 씌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최 의원은 제보받은 내용이라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조희대(대법원장)를 윤석열(전 대통령)에게 추천한 것은 김건희 계보의 김충식(김건희씨 모친 최은순씨의 측근)이라고 한다”며 “김충식은 일본 태생이고 일본 황실과 깊은 인연이 있고, 일본 통일교와도 밀접한 인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인물이 대법원장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윤 정부가 자신들의 무조건적 친일 행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친일사법네트워크를 강화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의 대법원을 일본의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라고까지 했다. 그는 인터넷 게시물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일본 사무라이식 머리 모양을 한 합성사진에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빗대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쓰인 그림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누가 봐도 국민, 국격, 국익은 안중에 없이 반일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졸렬한 행위다.
제1야당 국민의 힘은 한 술 더뜬다. 소위 중국인의 ‘의료·선거·부동산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후 우파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중 정서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부정수급, 지방선거 참정권, 무분별한 부동산 취득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이 특혜를 받고 우리 국민이 역차별을 받는다면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지만 특정 국가, 특정 국민을 겨냥한 입법은 정치적 혐오 조장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치권은 우물 안 개구리 행태를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반중·반일 정서의 자극은 다문화 시대로 가는 우리 내부의 통합을 위협한다. 다문화 가구 44만, 상주 외국인 200만명 시대다. 반중·반일이 웬 말인가. 무엇보다 우리가 처한 국제적 상황도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무시와 관세 전쟁,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등 내우외환 속에서 장기적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주변국과의 협력과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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