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칼럼] 극우의 그림자 좇는 국민의힘 제주, 보수의 품격은 어디 갔나

2025-10-12

최종 편집일 13th 10월, 2025, 8:51 오전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더 이상 지역 정당이라 부르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도민의 눈을 바라보는 대신, 중앙당의 극우적 언어를 되풀이하며 도민 정서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최근 벌어진 〈건국전쟁2〉 논란은 그 타락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운운하는 장동혁 대표의 망언 이후 도당이 취한 행동은 유감 표명이나 역사적 성찰이 아니라,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허망한 변명뿐이다. 결과적으로 지역 정당이 중앙의 실수를 감싸는 방패이자, 극단적 정치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낙하산 지도부, 지역 정치의 근육을 잃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의 오늘날 퇴행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기철 도당위원장과 고광철 당협위원장 등 현 지도부는 지역에서 정치적 내공을 쌓아온 인물들이 아니다. 지난 총선 당시 중앙당이 공천을 ‘찍어내듯’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들이다. 당연하게도 지역의 맥락보다 중앙의 의중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자연히 도민의 감정과 거리를 두게 되고, 정치적 판단 기준도 “도민이 어떻게 생각할까?”가 아니라 “서울이 뭐라 할까?”로 바뀐다. 지역에서 뿌리가 끊겼으니 남는 건 충성 경쟁 뿐이다.

중앙당에 항의했던 도당, 이젠 꼭두각시가 됐다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제주도당은 지금과는 결이 달랐다. 2023년 4월, 태영호·김재원 최고위원의 4·3 폄훼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당시 허용진 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지역 도의원과 집행부 등은 중앙당에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직접 서울로 올라갔다. 당시만 해도 중앙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강단과 자존심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도당은 완전히 변했다. 〈건국전쟁2〉 관람 논란이 터지자, 장동혁 대표의 망언을 감싸며 “장 대표가 영화 관람 이후 4.3을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명확한 발언이나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단지 영화를 보았다는 이유로 사과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숨겨진 정치적 의도는 명백하다”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비판의 화살을 중앙이 아니라 도민과 유족에게 돌린 것이다. 이쯤 되면 도당이 아니라 극우화 되어가는 중앙당의 홍보 사무소다. 역사를 부정하는 정당의 언어를 그대로 읊조리면서도, 스스로 그것이 ‘균형’이라고 자기 세뇌를 하고 있다.

민심은 이미 돌아섰다

도당이 어떤 변명을 내놓든, 도민의 평가는 냉정하다. 국민의힘은 2000년 이후 24년째 제주에서 단 한 석의 국회의원도 내지 못했다. 지방선거에서도 세가 쪼그라들어, 내년 선거에서 10석 확보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다. 도민사회가 ‘보수의 가치’를 더 이상 그들에게서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따뜻하고 합리적인’ 지역 보수의 원류를 틀어 막고 중앙의 극단적 언어를 따라 외치는 그들에게 도민들이 줄 수 있는 감정은 실망과 냉소 뿐이다.

보수의 품격을 잃은 자들에게 남는 건 몰락 뿐

보수의 가치는 ‘강한 목소리’가 아니라 ‘책임과 균형’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그 기본을 망각했다. 도당의 존재 이유는 중앙의 결정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고 때로는 중앙을 향해 쓴소리도 할줄 알아야 한다. 중앙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이를 제어하는 조직이야말로 진짜 보수의 품격을 지닌 정당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그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념의 맹신에 갇혀 도민과의 신뢰를 무너뜨린 결과, 정치적 기반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그들 눈에만 그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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