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도 일정한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검토하겠다’ 같은 모호한 답변만 할 거라면 연립 협의는 이쯤에서 끝내려 한다.”
일본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와 지난 10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처음 꺼낸 말을 이같이 떠올렸다. 12일 TBS뉴스가 공개한 인터뷰 일부다.
자민당 총재와 공명당 대표 간 당시 회담은 사이토 대표 경고대로 마무리됐다. 그는 당내 논의를 통해 협상 전권을 얻어낸 상태였다. 회담을 마친 사이토 대표가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1999년부터 26년 간 이어온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은 전격 결별 단계로 접어들었다.
사이토 대표는 1952년 시마네현 출신으로, 41세 때인 1993년 중의원(하원)에 첫 입성했다. 자타공인 ‘철도 매니아’인 그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시절인 2021년부터 2024년 이시바 시게루 총리 초기 내각까지 내리 국토교통상을 지냈다.
그가 공명당 대표가 된 것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기존 32석이던 당 의석이 24석으로 급감한 이후다. 당시 대표였던 이시이 게이이치도 선거에서 떨어졌다. 자민당 파벌이 중심이 된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을 추천한 것이 선거 패배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올해 7월 참의원(상원) 비례 선거에서도 100만표 가량 표가 빠졌다.
이후 사이토 대표 체제 공명당은 꾸준히 자민당의 개혁 움직임을 주시해 왔다. 사이토 대표는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 전 “중도 보수라는 우리 이념과 맞지 않는 인물이라면 연립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해 우익 성향인 다카이치 총재의 당선을 경계한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선출된 뒤에는 첫 만남 자리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배외주의 우려, 비자금 스캔들 재발 방지를 위한 기업·단체 정치자금 규제책 미흡 등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후 논의를 통해 두 가지는 합의점을 찾았으나 정치자금 문제를 두고는 이야기가 겉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다카이치 총재가 당 지도부에 스캔들 당사자이자 옛 아베파 핵심 인물인 하기우다 고이치 의원을 앉히면서 공명당 측 기대감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이토 대표는 이날 요미우리신문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자민당의 ‘정치와 돈’ 문제는 결판을 내야 한다”며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해 결단했다”고 말했다. ‘깨끗한 정치’는 공명당의 핵심 이념이기도 하다.
평화를 중시하는 공명당 성향이 안보 ‘매파’ 성향이 강한 최근 자민당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아베노믹스’ 기조를 이어받아 확장 재정에 긍정적인 다카이치 총재의 경제 철학이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공명당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이토 대표는 연립 이탈 발표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작은 존재라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 참아온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