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지층 챙기는 게 최우선입니다. 괜히 중간으로 가면 오른쪽에 있는 우리 사람들이 다 떠나가는 겁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당 쇄신 방안을 묻자 이같이 잘라 말했다. 다른 관계자에게 물어도 늘상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중도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비슷한 기류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감지된다. “‘개딸’ 눈치 안 볼 수 없다”고 토로하는 목소리가 국회 곳곳에서 들려온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의 울타리 안에 갇혀 ‘안방 사수’에만 몰두하는 형국이다. 양당이 강성 지지층에만 소구하며 정치 스펙트럼은 점차 양극단으로 쏠리고 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여야 간 협치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협치는 고사하고 상대와의 대화조차도 어려워진 실정이다. 상대에게 건넨 말 한마디에도 ‘배신자’ 프레임이 뒤따르면서 사실상 협치와 공존은 금기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최근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과 주고받은 문자를 공개했다. 논평에서는 서로를 향해 ‘독버섯’ ‘균’ 등의 표현을 주고받았던 두 사람이 추석을 맞아 명절 인사와 함께 사과의 뜻을 전한 훈훈한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 소식이 알려지자 양당 지지자들은 “상대 당으로 가라” “출신부터 배신자였다”는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명절 인사 한 통조차 쉽지 않은 여야의 현실이다.
또 추석 연휴를 맞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 청년 정치인들은 함께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민주당 한 의원이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며 행사는 무산됐다. 명절 문자 한 통, 게임 한 판조차 주고받기 어려운 현실은 현재 정치가 얼마나 폐쇄적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양극단에 매몰된 정치 구조 속에서 국회는 협치의 공간이 아닌 싸움터로 변하고 있다. 민생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강성 지지층을 향한 호소뿐이다. 협치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정쟁뿐이다. 양당은 양극단에서 정치의 중간 지대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