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드]
여성과 개 사이 우정 깊이 탐구
주인 잃은 반려견 슬픔 포착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우리는 종종 영화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 영화는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것들을, 생각을, 상상을, 바람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다.
‘프렌드’가 바로 그런 영화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하시라. 감동의 눈물을!
사람과 개가 친구가 된다는 사실은 하나도 놀라울 게 없다. 이미 개는 우리의 친구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개가 당신의 삶의 멘토가 된다면 어떨까.
영화 '프렌드'는 한 여성과 개 사이의 우정을 섬세하게 탐구한다.
뉴욕 맨해튼에 사는 작가 아이리스(나오미 왓츠)는 친구이자 멘토인 월터(빌 머레이)를 잃고 슬픔에 잠긴다. 거기에 더해 80킬로그램에 달하는 아폴로라는 이름의 점박이 그레이트데인을 자신에게 남기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이리스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개를 키울 수 없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리스는 ‘캣 퍼슨(cat person)’이다. 그녀의 평온했던 삶은 혼란에 빠진다.
아이리스와 아폴로와의 동거, 위풍당당하면서도 다루기 힘든 아폴로로 인하여 애지중지하던 가구들이 파손되고 결국 퇴거 통지까지 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다 실존적인 문제들이 아이리스의 마음을 흔든다.
새로운 룸메이트 아폴로의 존재는 아이리스에게 월터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주인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월터의 낡은 티셔츠를 붙잡고 아이리스를 쳐다보는 아폴로를 바라보며 아이리스는 월터를 읽는다. 삶과 죽음의 문제, 잃어버린 친구, 그리고 작가로서의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한다.
이제 아폴로는 자살로 세상을 떠난 월터에 대한 슬픔의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 아폴로처럼, 아이리스 역시 그 슬픔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른다. 둘의 슬픔은 동일하다. 상실의 그늘 속에서 아이리스와 아폴로는 슬픔을 뒤로하고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인다.
아이리스와 아폴로의 새로운 관계는 치유적 유대감으로 승화한다. 서로의 슬픔을 통해 교감하는 인간과 개의 감성 체계, 떠나간 친구의 소원을 지켜줘야 하는 우정, 그리고 그런 가운데 찾아오는 유대감의 치유! 영화는 아이리스의 슬픔만큼이나 주인을 잃은 반려견의 슬픔을 애틋하게 포착한다. 아폴로의 무표정은 너무나 주인을 닮았다.
오랜만에 보는 빌 머레이의 연기, 역시 그는 무표정 연기의 달인이다. 아이리스가 월터를 회상하는 장면들에 지속해서 등장하는 머레이의 연기는, 월터라는 인물이 어떻게 아이리스와 아폴로에 깊은 영향을 주었는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드라마 ‘프렌드’는 전형적인 ‘뉴욕 영화’이다. 맨해튼의 멋진 풍경이, 문학적이고 비유로 가득 찬 대사와 함께 가슴 따뜻한 우정 이야기의 훌륭한 백드롭 역할을 해준다.
영화는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개의 슬픔을 사실적으로 연기한 빙(Bing)이라는 신인 배우의 섬세한 연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개에게도 오스카 주연상이 주어진다면 빙의 차지였을 것이다. 그는 데뷔작에서 단순히 반려견 연기가 아니라, 그가 주인 월터에게서 배운 ‘진심’을 연기한다. 인간과 반려견의 유대 관계가 이토록 깊은 인생의 여정일 수 있음을 빙의 연기를 통해 실감하게 된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