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프에서 자신의 공을 건드린 것 같다며 자진신고해 벌타를 받은 러셀 헨리가 한 타 차이로 준우승했다. “아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기회”라며 양심을 택한 헨리는 우승 기회를 놓치긴 했지만 정직한 골프 선수로 남게 됐다.
헨리는 23일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하이랜즈(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 버디 4개, 보기 3개로 1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헨리는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와 함께 우승자 키건 브래들리에 한 타 뒤진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헨리는 이번 대회 2라운드 경기 도중 갈등의 순간을 맞이했다. 파3인 8번 홀에서 티샷을 그린 옆 러프로 보낸 그는 두 번째 샷을 하기 위해 클럽을 공 뒤쪽으로 가져갔다가 공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봤다. 심판에게 이 사실을 알린 헨리는 1벌타를 받고 경기를 계속했다.
다음날 열린 3라운드에 버디만 9개를 잡아내며 9언더파 61타를 기록해 선두와 3타 차 공동 2위로 뛰어오른 헨리는 CBS와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나 카메라가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공이 확실히 움직였다”면서 “그래서 1벌타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러셀은 다른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공이 움직였는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은 적이 몇번 있었다”면서 “그럴 때 결정을 내리는 일은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그날은 경기하는데 애를 많이 먹은 날이었다”면서 “그런 일을 마음에 남겨두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우승을 놓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확실한 이유도 있었다. 아들이 자신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러셀은 “내 경기를 지켜보던 아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기회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