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하고 건강”…미국인 사로잡은 쌀

2025-06-03

미국 주요 유통채널인 월마트 온라인몰에서 ‘쌀(rice)’을 검색어로 넣으면 1000종 이상의 상품이 나온다.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장립종 향미 즉석밥을 비롯해 중단립종 즉석밥, 160g∼2㎏ 안팎의 소포장 쌀도 여러 종류 판매되고 있다. 일부 즉석밥 제품은 ‘글루텐프리(gluten free)’라는 점을 앞세워 밀과 차별화된 점을 홍보하기도 한다. 소비자들도 “3분 안에 간편하면서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빠르고 저렴하게 한끼를 먹을 수 있고 체중 감량에 효과적” 등의 반응을 보인다.

마케팅 연도 기준 2024·2025년 미국 쌀 소비량은 753만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 쌀 소비가 늘어나는 요인으로는 먼저 인구 구성 변화가 꼽힌다. 미 농업응용경제학회는 지난해 쌀 소비자 분석 보고서에서 백인 인구 비율이 감소하는 것에 반해 쌀에 익숙한 아시안·히스패닉계 비율은 증가하는 점을 소비 증가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와 함께 현지에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쌀 소비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쌀협회(USA Rice)는 “미 농무부(USDA)가 발표한 ‘2025∼2030 식이 가이드라인’은 모든 연령대의 미국인들에게 쌀이 긍정적인 영양을 제공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권장량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SA Rice는 이에 맞춰 웹페이지 ‘쌀 생각해봅시다(Think Rice)’를 운영하며 미국산 쌀 소개, 생산자 정보, 조리법 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협회는 학교 급식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쌀샐러드, 쌀푸딩 등의 조리법을 제공하고 식미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쌀과 달리 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쌀 소비 확대 배경이 ‘건강’에 있다는 데 힘을 싣는다. USDA에 따르면 2005년 61㎏(134.4파운드)이었던 미국 1인당 밀 소비량은 2024년 58.4㎏(128.9파운드)으로 감소했다. USDA는 “2008년부터 글루텐프리 식습관과 저탄수화물 식단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미국의 1인당 밀 소비량이 감소 압력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량의 77%가 장립종이지만 최근 즉석밥이 인기를 끄는 점에 비춰 중단립종 소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동남아시아, 히스패닉계의 유입과 함께 장립종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케이(K)-문화 확산과 즉석밥 등 간편식 인기 확대가 맞물리면 중단립종 시장도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CJ제일제당 햇반 매출액 중 24%(2231억원)가 외국에서 창출됐다. 이 중 84%(1874억원)는 북미지역으로 대부분 미국에서 발생했다. 업체가 미국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구매 요인을 조사한 결과 34.6%는 ‘건강을 위해’라고 답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농식품 유통업체 다원INC를 운영하는 피터 강 대표는 “매장에서 쌀에 간장이 가미된 즉석밥 제품을 10∼20개씩 구입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었다”며 “장립종은 중단립종에 비해 조리 시간이 짧고, 볶음밥 등으로 활용이 쉬워 현지인들의 선호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산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만 한국산 단립종 쌀도 소포장을 늘리고,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즉석 조리제품을 개발해 소비 저변을 넓힌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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