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해지 위약금을 면제한 지난 열흘간 가입자 감소폭이 10만명을 밑돌았다.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한 대규모 보상안과 결합 할인 등 방어 전략이 주효했다. 우려했던 엑소더스(대탈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삼성 폴더블 신작이 출시되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폐지를 앞둔 만큼 고객 쟁탈전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시행한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가입자는 5만3823명 순감했다. 이 기간 12만4414명이 KT와 LG유플러스로 떠났지만 동시에 7만582명이 새로 유입되면서 고객 감소를 최소화했다.
전산망이 쉬었던 13일과 위약금 해지 마지막날인 14일 번호이동 인원까지 합치면 최종 이탈 고객수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전체 순감폭은 10만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위약금 면제시 250만명 이탈을 우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다. 전체 고객 기준으로는 0.4% 미만 수준에 그친 셈이다.
유심 해킹 사고로 인한 신뢰 저하와 신규 가입 중단, 위약금 면제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는 이탈 고객이 적었다”면서 “KT와 LG유플러스도 이미 번호이동을 결심한 잠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보조금을 쏟을 유인이 적었고 이동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역시 요금감면과 데이터 추가지급, 멤버십 할인 등 5000억원 규모 보상책을 내놓으며 이탈 억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다만 번호이동 경쟁은 위약금 면제 시한이 끝난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15일부터 삼성전자 폴더블 신제품인 갤럭시Z폴드5·플립5에 대한 사전예약 판매에 돌입한다. 각사마다 수십만원대 지원금과 추가 혜택을 예고하며 경쟁에 불을 붙일 예정이다.
특히 오는 22일부터 단통법이 폐지되면 SK텔레콤이 대대적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번 유심 해킹 사태 발표 이후부터 현재까지 SK텔레콤을 떠난 가입자는 누적 기준 80만명을 넘어섰다. 가입자 순감폭도 60만에 달한다. 이로 인해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 40%도 붕괴됐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이번 해킹 사태 관련해 내부적으로 추산한 예상 이탈 고객은 100만명 수준”이라며 “단통법 폐지 이후 마케팅과 자금력을 앞세워 이를 다시 되찾아오겠다는 플랜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SK텔레콤을 포함한 이통 3사는 제도 변화 이후 첫 보조금 경쟁 국면에서 가입자 방어와 점유율 회복을 위한 마케팅 전략 재편에 착수한 상태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지원금을 공시할 의무가 사라지고 15%로 묶여있던 유통망의 보조금 상한선도 사라진다. 가입 유형에 따라 지원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등 마케팅 전략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