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경영학 박사)
한국에서 '실직'이란 단어는 사형선고에 가깝다. 급작스러운 퇴직 통보는 중장년에게 단순히 직업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넘어 패배감, 정체성 붕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실직을 개인의 실패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중장년 구직자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독자와 함께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중장년이 퇴직 통보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포춘 500대 기업은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전직지원서비스(outplacement)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제공한다.

한국에도 이런 제도가 필요한가? 절실히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는 퇴직 통보를 받으면 전직지원컨설팅 서비스 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고, 이직과 전직 성공률도 높다. 그리고 퇴직을 개인의 실패가 아닌 하나의 전환기 과정으로 본다. 그러나 한국은 퇴직 이후는 개인이 책임지며, 제도적 공백이 바로 중장년 재취업을 어렵게 한다.
미국은 실직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미시간 대학교에서는 실업을 오랜 기간 연구하고 실직자를 위한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JOBS 프로그램'이 이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하루 4시간씩 5일(1주일)로 구성되는 집중 프로그램으로 다음과 같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Vinokur, Price & Schul, 1995).
첫째, 구직 기술 훈련을 다룬다. 예를 들면 이력서 작성, 면접 기술, 인맥 활용, 구직 계획 수립 등 실질적인 재취업 준비 교육을 제공한다.
둘째, 문제해결 및 의사결정 훈련이다. 집단 토론과 그룹 과제를 통해 구체적인 구직 전략을 수립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셋째, 심리적 '예방접종' 기법으로 향후 구직 실패 시 발생할 수 있는 좌절을 미리 시뮬레이션하여 정서적 회복력을 높여준다.
넷째,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기반으로 프로그램 진행자와 참여자 간 상호 지지적 관계를 형성하며 마지막으로 자존감 및 자기효능감을 강화한다. 각각의 세션별 진행 이후 참여자 개인의 강점과 성취감을 인식시키는 피드백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JOBS 프로그램'을 디지털 환경에서 온라인 방식(iJobs)으로 구현하였는데 프로그램의 효과가 검증되었다. 지리적·시간적 제약이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적용해 본다면 하나의 전직지원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 사회조사연구소는 JOBS Program의 주요 효과를 분석하였는데 프로그램 이후 6개월 시점에서 실험집단(56%)의 재취업률이 간단한 자기 주도형 구직 안내서를 제공받은 통제집단(46%)보다 약 10%p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프로그램 참여자 집단의 월평균 소득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였으며, 실험군 고위험자들은 통제집단 대비 우울 증상이 감소하고, 심리적 역할 기능이 향상되었다.
결과적으로 JOBS 프로그램은 재취업률, 소득, 자존감, 정신 건강 모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효과적인 예방 프로그램으로 평가되어 미국 전역과 유럽으로 확산하여 실업 정책의 모델로 채택되었다. 특히 청년실업, 장기 실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구직훈련과 정신 건강 지원을 결합한 사회심리학적 예방개입의 대표적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퇴직 이후 실직 상태에 놓여 있는 중장년 구직자들에게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내용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눈뜨면 갈 곳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서 컨설팅을 꼭 퇴직 이전에 제공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중장년 구직자는 어디로 가야 할까? 미국의 JOBS 프로그램처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구직자들과 함께 재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무엇보다 자존감과 사회적 지지를 높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재취업 성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 대학이 협력하여 중장년을 대상으로 통합형 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한다. 중장년의 퇴직, 실직 이후가 더 이상 상실감, 패배감이 아닌 '경력 전환기'로 이어지는 성공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 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컨설팅(Outplacement),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