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베이스 넘어 인간의 벽 넘다…오타니 ‘50-50’

2024-09-20

MLB 120년 역사에 신기록

메이저리그(MLB)의 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몸 관리를 위해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그가 모처럼 샴페인 한 잔을 시원하게 ‘원샷’ 했다. 전인미답의 50홈런-50도루 달성과 빅리그 첫 가을야구 진출을 자축하는 자리에서였다.

오타니는 20일(한국시간)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49·50·51호 홈런을 잇달아 터트리고 50·51호 도루까지 해내면서 6타수 6안타(3홈런) 10타점 4득점 2도루로 펄펄 날았다. 전날까지 48홈런-49도루를 쌓아 올렸던 그는 이날 50-50까지 남아 있던 홈런 2개와 도루 1개를 단숨에 초과 달성했다. ‘거포’의 파워와 ‘대도’의 빠른 발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 50-50은 120년이 넘은 MLB 역사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경지다. 오타니가 7회 2사 3루에서 총알 같은 시즌 50호 홈런을 때려내 대기록을 완성하자 관중은 수 분간 이어진 기립박수로 예우를 보냈다. 오타니 역시 헬멧을 벗고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홈 팬들과 원정 팬 모두에게 정중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저스는 마이애미를 20-4로 대파하고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오타니는 2018년부터 6년간 LA 에인절스에서 뛰면서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는 올해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하면서 “우승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었다”고 했고, 이적 첫해 그 소원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경기 후 샴페인 파티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야구 역사에서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이 나왔다. 쇼헤이! 축하해!”라고 외쳤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일본 매체는 “평소 술을 먹지 않는 오타니가 유리잔에 있는 샴페인을 모두 마셨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샴페인 맛이 참 좋았다”며 웃은 뒤 “포스트시즌은 MLB 진출 후 계속 꿈꿔왔던 무대다. 처음으로 나갈 수 있게 돼 굉장히 기쁘고 의미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50-50과 관련해선 “기쁨과 안도감을 느꼈고, 그동안 많은 기록을 만들어 온 선배 선수들을 존경하게 됐다”고 말한 뒤 “빨리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이전 타석의 기억을 지우고 눈앞의 타석에만 집중했기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돌아봤다.

오타니는 2013년 일본 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에 입단한 뒤 ‘이도류(二刀流·투타 겸업)’ 열풍을 일으켰다.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면서 홈런 30개 이상을 때려내는 괴물의 등장에 일본이 들썩였다. 2018년 에인절스에 입단한 뒤에도 투수와 타자로 모두 성공을 거두면서 MLB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오타니의 활약에 “야구 그 자체” “인간이 아닌 외계인 같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자유계약선수(FA)를 앞둔 지난 시즌에는 타자로 눈부신 활약을 했다. 홈런(44개)·출루율(0.412)·장타율(0.654) 아메리칸리그 1위였고, OPS(출루율+장타율·1.066)는 MLB 전체 1위였다. 투수로도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그는 올해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대 최고액을 받고 다저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 시즌 막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투수직을 잠시 내려놓고 1년간 치료와 재활을 한 오타니는 더 무시무시한 타자가 됐다. 오타니가 열어 젖히는 문 하나하나가 모두 야구 역사의 신기원(新紀元)이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공식 성명을 내고 “빅리그 최초의 50-50은 오타니의 인품, 탁월한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계획성과 노력, 헌신이 두루 반영된 결과”라고 극찬했다. 이어 “야구를 새로운 경지로 끌어 올리기 위해 계속 노력해 온 오타니가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경기를 중계한 캐스터는 9회 오타니가 3연타석 홈런으로 시즌 51호포를 날린 뒤엔 “이건 현실이 아니다. 오타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감탄했다.

대기록의 희생양이 된 마이애미 벤치에도 박수가 쏟아졌다. 마이애미의 스킵 슈마커 감독은 한 타석도 볼넷으로 거르지 않고 정면승부를 지시했다. 슈마커 감독은 “야구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든, 업보(karma)의 측면이든, ‘야구의 신’의 관점에서든 (오타니를 고의4구로 거르는 것은) 나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선수에게는 정면 대결로 도전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일본 언론도 난리가 났다. 산케이 신문은 “불가능한 목표라도 실현할 수 있다고 믿고 노력을 거듭해 온 오타니의 인생 철학이 응축돼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썼다.

한편 오타니의 50호 홈런공을 주운 남성은 공을 구단에 양도하지 않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이 경매에 나올 경우 1998년 마크 맥과이어의 시즌 70호 홈런공(300만5000달러,약 40억원)보다 높은 사상 최고 가격에 팔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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