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는 가장 오래된 음악이자 가장 기초적인 음악이다. 악기가 없어도 된다. 길지 않아도 된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고, 따라 부르기 쉬우면 금상첨화. 심지어 가사가 없어도, 그저 흥얼거릴 수만 있어도 노래다. 노래는 예술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음악이면서, 어린 시절의 자장가처럼 우리 마음의 가장 밑바탕에 존재하는 음악이다.
그래서일까. 노래는 여전히 음악 감상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아우른다. 성가곡이든, 합창곡이든, 대중가요든, 재즈든, 대형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이든 그 안에서 노래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클래식의 세계에서 기악 음악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형식과 장르가 만들어졌지만, 음악을 짓는 이나 그저 누리는 이나 할 것 없이 노래에 대한 그리움은 줄어든 적이 없다.

반주하는 악기가 없는 노래를 아카펠라라고 한다. 반주가 없으니 노래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노래다. 그래서 홀로 있어도 음악을 잃어버리지 않게 된다. 무언가는 가사 없이 악기로 하는 노래다. 거기 실어 보내는 감정만으로도 말 너머 진심이 통한다. 보칼리제는 모음 하나로만 소리를 내는 것이다. 아무 뜻도 전하지 않지만, 그 비어 있음이 감정을 더욱 충만하게 한다.
어딘가 하나씩 비어 있어도 우리는 노래를 빼앗기지 않는다. 거기에 놀라운 뜻이 있다. 시간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음악의 신비란, 거창하거나 화려하거나 기교적이거나 의미심장한 것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가사든, 사람 목소리든, 단어든 그 한 가지가 빠져도, 우리는 노래를 노래로 알아듣는다. 신기하지 않은가. 몸이 울리고, 마음이 울릴 때, 우리가 듣는 것은 그 울림에 담긴 영혼이다. 어르고 달래고 미소 짓고 울고 애타하며 부른다. 우리가 노래를 노래로 알아듣는 것은, 그 영혼의 울림에 언제고 마중 나가려는 그와 닮은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