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트럼프 '中 수출 승인' 받아낸 비결은 [글로벌 왓]

2025-12-15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속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 중국 수출을 허락한 배경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전략적인 설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산 반도체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이 국익과 직결된다는 점, 국내 시장만으로는 생산된 반도체를 모두 소화하기가 어려운 점을 강조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 시간) ‘실력자는 실력자를 알아본다: 젠슨 황은 어떻게 트럼프에게 승리했나(Game recognises game : How Jensen Huang won over Donald Trump)'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H200’의 중국 판매를 승인한 배경을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일 엔비디아 최첨단 AI 반도체인 H200을 중국에 수출하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2024년 출시된 H200은 최신 칩인 블랙웰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이전 세대인 호퍼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이다. 앞서 중국 시장을 겨냥해 사양을 낮춰 만든 'H20' 칩과 비교하면 성능이 6배 앞선다.

여당인 공화당까지 중국에 AI 패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이유로 수출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결단은 정치권과 빅테크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친분을 쌓지 않았던 황 CEO가 수십억 달러가 걸린 결정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초까지만해도 백악관 등 정치권에 접근하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당시 황 CEO는 대만에 머무를 정도로 로비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황 CEO는 로비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 투자 확대를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해 4년간 5000억 달러(약 740조 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최소 6차례 비공개로 만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와 영국 순방에도 동행했다. 황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초기부터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백악관과 정치권은 AI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황 CEO는 반대 논리를 펼쳤다. 그는 중국 AI 개발자들이 미국 첨단 기술을 쓰지 못하도록 차단하더라도 중국의 발전을 막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중국의 독자적인 반도체 개발 속도만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하원 외교위원회에서는 "엔비디아가 빠진 자리를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채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CEO은 로비전을 펴는 동안 반도체 수출 문제에 집중했다. 오픈AI와 같은 AI 기업들과 달리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제조사이기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일자리 감소나 아동·청소년에 대한 정신적·윤리적 피해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논리를 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엔비디아의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 지배력을 접하고는 이를 깨트리려 했지만 젠슨 황 CEO는 미국 제조사가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곧 국익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시장이 크다고 하더라도 엔비디아와 경쟁사인 인텔·AMD의 칩을 모두 흡수할 만큼 거대하지는 못하다”며 “이것이 젠슨의 강력한 시각이고, 모두가 이같은 시각을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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