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다 되는데 왜 우리만 안 돼?”···어뢰 배트 원하는 KBO 타자들의 외침, 그렇다면 방법은?

2025-04-18

지난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는 어뢰 배트가 등장했다. 한 용품제조업체가 어뢰배트를 제작해 최근 경기장을 돌며 선수들에게 ‘체험용’으로 선보이고 있다. 선수들은 말로만 듣던 어뢰배트를 훈련 시간에 휘둘러보며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사용해 홈런을 쏟아내면서 화제가 된 어뢰 배트는 일반 배트와 달리 가운데 지점이 볼록하다. 이 볼록한 부분에 무게를 집중시켜 공이 닿았을 때 좀 더 오래 머물게 하면서 힘을 더 실어 타격을 향상시키는 원리다. 생긴 것이 어뢰(torpedo)를 닮아 어뢰 배트로 부르고 있다. 어뢰 배트는 양키스뿐 아니라 다른 구단에도 전파됐고, 최근에는 일본프로야구도 이를 받아들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선수마다 기호는 다르다. ‘연장 탓’ 할 필요 없는 홈런왕 에런 저지(양키스)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는 그냥 기존 배트를 쓴다.

KBO리그 선수들 사이에서도 어뢰 배트는 화제다. 타격을 향상시켜주기도 하는 신문물이라니 꽤 많은 선수들이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그러나 KBO가 올시즌 중 도입은 어렵다는 취지를 공표한 상태다. 미국도 쓰고 일본도 시즌 중 도입했는데 한국은 왜 안 되느냐는 물음이 선수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KBO가 시즌 중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절차적 문제와 형평성이다.

KBO리그에서는 KBO가 승인한 공인 배트만 사용해야 한다. KBO는 시즌을 앞두고 공인 배트 신청을 받고, 샘플을 제출하도록 한다. 현재 규정상 제출된 샘플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새 유형의 배트를 도입하려면 KBO 규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어뢰 배트는 현 규정상 맞지 않으므로 시즌 중 도입하려면 규정부터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어뢰 배트의 규격 자체는 허용치 안에 들어 있다. 시즌 중 규칙위원회를 열 수는 있지만 새로운 유형의 배트를 도입하는 것은 검사도 해야 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라 시즌 중 갑자기 도입하기는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어뢰 배트를 제작하는 업체는 모두 해외 업체다. 시험 제작을 시작한 국내 업체도 있지만 당장 배트를 사용하려면 선수들이 수입품을 써야 한다. 수요는 많은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 성적과 리그 균형에 예민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서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우려한다. KBO 관계자는 “수요는 굉장히 많고 공급은 부족하다보니 선점하는 선수는 먼저 쓰고 못 구하는 선수는 못 쓴다. 시즌 중 급히 도입하기에는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어느 정도 시기를 정해서 유예기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도 허용한 어뢰 배트를 한국에서만 안 된다고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한 선수는 “새로 등록해야 하는 건 제조업체명, 브랜드다. 그 브랜드 내에서 만드는 배트는 규격 안에만 들어가면 상관이 없지 않나. 어차피 모든 선수의 배트 길이, 무게, 모양이 다 똑같지는 않다”며 규격에 맞는데도 허용하지 않는 KBO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선수도 “‘나도 써보고 싶다’ 정도 생각하고 있던 선수들도 우리 리그에서는 안 된다고 하니 왜 우리만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납득을 못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규격에 맞으면 정상 배트인데 단지 절차상의 이유로 아예 올시즌엔 안 된다고 도입을 차단해버린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어뢰 배트를 원하는 많은 선수들의 입장이다.

어뢰 배트를 원하는 타자들은 당장 올시즌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인 경우가 많다. 뭐라도 다 해보고 싶다는 심정이지만 올시즌 중에는 안 된다고 하니 불만이 생긴다.

이미 구단 차원에서 어뢰 배트를 도입하려던 시도도 있었다. 미리 연습하기 위해 어뢰 배트를 대량 구매한 뒤 KBO에 문의했다가 현 규정상 경기에 사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듣고 접은 구단도 있다. 타격을 향상시킬 수만 있다면 구단들 역시 어뢰 배트 도입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KBO도 최근 어뢰 배트를 어렵게 한 자루 구입했다. 어차피 내년 도입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어뢰 배트 관련해서 규칙위원회는 빨리 열어보려고 한다”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원천 봉쇄하는 게 아니다. 할 수 있으면 하는데 현재의 규정도 있고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니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KBO가 시즌 중 도입하기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충분한 준비 없이 갑자기 규정까지 바꿔가며 도입한 뒤 생길지 모를 후유증 때문이다. 형평성 논란으로 리그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어뢰 배트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다는 취지는 아니라면, 리그 구성원들이 시행 시점 등 중요 요소들을 합의해 형평성 논란을 미리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단계 높은 리그인 미국과 일본에서도 허용되는 배트를 KBO가 ‘시즌 중’이라며 결사코 막아야 할 명분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리그는 투고타저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어뢰 배트는 타자들의 무기를 강화시킨다. 투수들의 의견은 다를 수도 있다. 시즌 중 빠른 도입을 원한다면 선수들도 선수협 차원에서 논의를 거칠 필요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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