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넘쳐 국민에 돈 뿌리는 대만…"페라리의 나라 됐다" [신 재코타 시대]

2025-12-10

지난 10월 16일 대만 중부 타이중에 있는 신광미츠코시 백화점. 대형 세일 행사를 맞아 아침부터 수많은 인파가 매장으로 몰려들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내놓은 수천 세트의 한정판 화장품이 순식간에 매진됐고, 보석과 명품 매장에도 방문객이 가득했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이날 타이베이 신이점과 함께 미츠코시 백화점을 방문한 사람은 32만명, 매출은 20억 대만달러(약 942억원)로 회사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최근 대만은 초호화 스포츠카 시장의 신흥 강자로도 떠올랐다. 대만에선 지난해에만 1300대의 스포츠카가 판매됐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대만 내 페라리 수요가 중국이나 홍콩보다 빨리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은 가파른 경제 성장과 기업의 호실적이 소비 진작과 민생 경제 회복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호황기의 모습이다. 대만의 수출액은 2016년만해도 한국의 절반 정도였는데, 올해는 한국의 90% 수준까지 올라왔다.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율도 13.8%로 한국(4.8%)과 일본(3.9%)을 압도한다.

기업이 잘 벌고, 국민들이 많이 쓰니 세수도 잘 걷힌다. 대만도 한국처럼 민생 경제 강화를 위해 지난 11월 국민 1인당 1만 대만달러(약 47만원)를 현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이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부족한 예산에도 쥐어 짜 지급했다면, 대만은 사상 최대 규모로 걷힌 세수로 충당했다. 대만은 2021년 이후 4년 연속 초과 세수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 기간 추가로 들어온 세금만 1조8707억 대만달러(약 87조3055억원)에 달한다.

경기 회복세는 민간의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20년 넘게 대만 관련 투자업무를 해온 김준형 써니컨설팅 대표는 "대만은 20여년전 한국에 1인당 GDP를 역전 당한 이후 한국에 대한 경쟁심이 강해졌다"며 "그러나 최근 대만 기업인을 만나보면 한국을 내려다보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쿠터의 나라가 이젠 페라리의 나라가 됐다는 말도 자주 나온다"고 덧붙였다.

대만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0일 대만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했다. 지난 9월 전망치보다 1.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국·일본을 크게 앞설 전망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주요 기업들이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낸 만큼 어느 정도의 역기저효과가 불가피한데도 4% 전후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런 전망엔 당분간 TSMC를 견제할 대항마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AI 성장세에 따른 초과 수요를 흡수하며 TSMC가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뜻이다. TSMC는 올해부터 최첨단 공정 단가를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다. 내년에는 최대 10%까지 인상할 계획을 세웠는데 대체 불가능한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수익성까지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탄력을 받은 대만은 탈원전 정책 노선을 수정할 움직임도 공식화하고 있다. 전면 탈원전 계획에서 원전 재가동으로 급선회한 배경에는 반도체 생산 관련 전력 수요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일 대만 정부는 폐쇄된 원전 중 두 곳을 다시 가동하는 원전 현황평가보고서를 승인했다. 내년 3월 재가동 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이르면 2029년 원전 재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한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초빙교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나 반도체 보조금 축소 등 외부 위험 요인이 있지만 TSMC의 압도적 위상과 네트워크, 대중국 견제론 등 고려하면 미국도 함부로 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라며 “당분간은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의 비교 우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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