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오 솔의 대부'로 통하는 미국 R&B 가수 디앤젤로(51·D'Angelo·디안젤로)가 별세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디앤젤로는 암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에리카 바두, 맥스웰, 라흐산패터슨 등과 함께 네오 솔 장르를 부흥시킨 주인공이다. 부드럽게 유연한 느낌으로 소화하는 감성 솔 장르가 네오 솔이다.
고인은 1995년 내놓은 데뷔앨범 '브라운 슈거(Brown Sugar·브라운 슈가)'부터 R&B 뿌리를 톺아봤다는 평을 들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미국의 유명 음악 평론지 '피치포크'는 이 음반에 10점 만점에 무려 9.2점을 줬다. 해당 음반으로 디앤젤로는 '네오 솔' 장르의 중요한 선구자가 됐다며, 맥스웰의 '어번 행 스위트(Urban Hang Suite)'(1996)와 에리카 바두의 '바두이즘(Baduizm)'(1997)보다 먼저 발매됐고 스티비 원더, 도니 해서웨이, 커티스 메이필드 등 R&B 선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R&B 사운드를 변화시켰다고 평했다.
고인은 무엇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1970년대 R&B를 혁신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음악과 관능적인 뮤직비디오로 미국 대중문화의 한 획을 그었다. 알 그린, 마빈 게이 같은 명곡들의 매혹적인 멜로디에 힙합의 비트와 박진감을 더했다.
섬세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데다 프린스처럼 황홀한 고음으로까지 이어지는 가창력도 탁월했다. 아울러 프린스처럼 프로듀싱 능력도 겸비해 평론가들은 고인을 '블랙 팝'의 위대한 전통을 계승할 만한 인물로 평가했다.
특히 2000년 발매한 걸작 앨범 '부두(Voodoo)'로 이 신(scene)에 금자탑을 쌓았다.
이 앨범으로 그는 이듬해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의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R&B 앨범상, 이 앨범 수록곡 '언타이틀드(Untitled)'(How Does It Feel)'로 베스트 남성 R&B 보컬 퍼포먼스를 차지했다.
특히 '언타이틀드'는 7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그가 거의 나체 상태로 등장해 섹시 심볼로 떠오른 뮤직비디오 덕분에 크게 대중성도 확보했다. 국내에서 R&B로 손꼽히는 그룹 '빅뱅' 태양이 디앤젤로와 이 뮤직비디오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약물 소지, 음주 운전 등으로 부침을 겪은 디앤젤로는 14년 만인 2014년 발표한 '블랙 메시아(Black Messiah·검은 구세주)'로 사회적 운동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그 해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발생한 소요인 '퍼거슨 사태', 2011년 이집트 혁명, 월 스트리트 점거 등 어려운 상황에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궐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헌정했다. 그는 이 앨범으로 두 개의 그래미상을 더 받았다.
디앤젤로는 평소 자신의 음악이 단순히 '네오 솔'로만 불리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했다.
그는 2014년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와 인터뷰에서 "내가 네오 솔을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항상 '저는 흑인 음악을 한다'고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2010년대 중후반 이후엔 예전만큼 활발히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이전처럼 대중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2018년 비디오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 사운드트랙 '언셰이큰(Unshaken)'을 작업했다. 또 힙합 대부 제이지(Jay-Z), 영화감독 제임스 새무얼(Jeymes Samuel)과 함께 새무얼의 2024년 영화 '더 북 오브 클레런스(The Book of Clarence)' 사운드트랙에 삽입된 슬로우 잼 '아이 원트 포에버(I Want You Forever)'도 만들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디앤젤로는 경력 전반에 걸쳐 자신의 작업 과정을 종교적 방식을 반영하는 용어로 묘사했다. 그는 2014년 GQ와 인터뷰에서 "저는 어린 시절부터 성가대에서 하는 일이 설교자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자체로 하나의 사역이었다. 무대는 우리의 설교단이고, 그 모든 에너지와 음악, 조명, 색깔, 소리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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