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스무 살이잖아”…한화 정우주가 꿈꾸는 ‘류현진의 길’

2025-05-15

“아직 스무 살이잖아.”

2006년생 오른손 투수 정우주(한화)는 지난해 9월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시절부터 시속 150㎞ 중반대 빠른 공을 던져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던 정우주는 지명 당시 자신감이 넘쳤다. 프로에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개막 엔트리에 승선한 정우주는 14일까지 17경기에 등판해 1승 3홀드 평균자책 3.86의 성적을 거뒀다.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9이닝 당 12.12개의 삼진을 기록 중이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80으로, 출루 자체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늘 좋은 공만 던질 순 없다. 정우주는 지난달 27일 대전 KT전, 4-0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0.1이닝 2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무너졌다. 이 경기의 결과만이 아니라 시즌을 치르는 과정에서 정우주는 이런저런 고민이 생겼다. 고졸 신인의 속마음은 선배들의 눈에도 보였다.

스포츠경향 창간 20주년을 맞아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만난 정우주는 “프로에 들어와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경기를 하면서 느끼고 있다”며 “지명을 받을 땐 내가 되게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젠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막연한 기대를 걷어내고 더 좋은 투수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는 뜻이다. 그는 “길게 보면 선발 투수가 꿈이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변화구가 안정적으로 잡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서 고민이 많았다”며 “이런 모습을 보고 선배드리 ‘아직 스무 살인데 왜 그러느냐’고 하셨다. 덕분에 금방 기운을 차렸다”고 말했다.

스탯티즈 기준 정우주의 올시즌 직구 구사율은 86%다. 직구만으로도 타자와 싸울 수 있지만, 정우주가 꿈꾸는 투수로 성장하려면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정우주는 “고등학교 타자들과 수준이 완전히 달라서 일단 직구를 더 연마해야 한다”며 “변화구 중에서는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서 캐치볼 할 때 감을 익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우주는 데뷔 시즌부터 1군에서 기회를 받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 때 상상한 미래보다 1군 데뷔를 훨씬 앞당겼다. 정우주는 “어렸을 때는 야구를 잘 하지 못해서 프로에 가더라도 20대 후반쯤 늦은 나이에 경기를 뛰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잠시 옛 기억을 떠올렸다.

정우주는 1군에서 함께 뛰는 선배들의 관심 속에 성장하고 있다. 정우주와 인터뷰하는 도중 옆을 지나가던 마무리 투수 김서현은 잠시 멈춰 서서 “나도 잘 못 하지만,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자신의 공을 믿고 던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정우주는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배님과 형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LG 김영우, 삼성 배찬승 등 현재 리그에서 활약 중인 드래프트 동기들은 동기 부여가 된다. 그는 “김영우 형과는 작년 고교·대학 올스타전에서 만나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며 “다들 야구를 잘하던 선수들이라 나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짐했다. 신인왕에 대한 목표를 묻자 “당연히 욕심은 있지만, 신인왕을 목표로 하다 보면 정작 해야 할 것을 놓칠 수 있다”며 “내가 해야 할 것을 하다 보면 신인왕도 운 좋게 따라올 것 같다”고 답했다.

현재 불펜에서 활약 중인 정우주의 목표는 선발 투수다. 그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며 “불펜에서 내 역할을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꼭 잡고 싶다”고 말했다.

정우주는 한화에서 가장 닮고 싶은 투수로 류현진을 꼽았다. 그는 류현진이 남긴 행적을 보며 야구 인생의 미래를 그린다. 정우주는 “류현진 선배님은 KBO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로 가셨다. 그런 발길을 따라가고 싶다”며 “만약 MLB에 진출한다면 미국 생활을 다 마치고 한화로 돌아와 야구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정우주는 이름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에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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