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광주 롯데-KIA전. 5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지던 KIA 선발 김도현은 3-0으로 앞선 6회 선두 타자 고승민과 8구 승부 끝에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김도현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범호 KIA 감독은 빅터 레이예스 타석에 앞서 마운드로 직접 올라갔다.
보통 투수가 흔들리면 포수가 먼저 마운드에 올라가 흐름을 끊는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방문해 투수의 상태를 살핀다. 감독도 마운드를 찾는 경우가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직전 이닝과 다른 흐름을 감지한 이 감독은 김도현이 안타를 맞자마자 마운드로 직행했고, 짧게 메시지를 전달한 뒤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이 감독이 본 것처럼 김도현은 흔들리고 있었다. 레이예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김도현은 나승엽 볼넷, 전준우 사구로 1사 만루에 몰렸다.

구원 투수 전상현이 극한 상황을 1실점으로 수습한 덕분에 리드는 지켰지만, 앞선 이닝까지 좋은 투구를 했던 김도현이 더 길게 버티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김도현은 이날 5회까지 사사구 없이 2안타밖에 내주지 않았다. 투구 수도 70개로 끊었다.
결과적으로 김도현은 5.1이닝 4안타 2사사구 1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KIA가 4-1로 승리하며 김도현은 승리 투수가 됐다. 하지만 김도현은 경기 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마지막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내려와 아쉽다. 위기관리가 잘 안 됐던 부분은 보완하겠다”며 “다음 경기에는 뒤에 나올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김도현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메시지를 준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더 욕심을 내면 좋겠다는 얘기를 자꾸 김도현한테만 하는 것 같다”며 “이젠 6이닝, 7이닝도 무실점으로 던질 수 있는 선발이라는 생각으로 욕심을 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29일 광주 NC전에서도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김도현에게 조언을 건넸다.

올시즌 김도현은 사령탑이 바라는 선발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인다. 현재까지 8경기(46이닝)에 선발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 2.74의 성적을 거뒀다. 국내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 부문 5위다. 팀의 5선발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은 “작년에 중간도 해보고, 선발도 해보면서 투수로서 경험을 쌓았다. 이제는 자기가 가진 능력을 언제든 마운드에서 보여줄 수 있다”며 “투심 등 움직임 있는 공을 자주 쓰면서 타자와 대결할 때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김도현이 구위나 구종 등 선발 투수에게 필요한 기술적인 요건은 갖췄다고 본다. 그는 “모든 면에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선발 투수다. 이기려는 욕심만 더 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