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에서 가장 마음 따뜻한 ‘필드의 예수’ 플리트우드 첫 우승

2025-08-24

토미 플리트우드(34·잉글랜드)가 2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합계 18언더파 262타를 기록하며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PGA 투어에서 우승이 없는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력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164번째 출전 끝에 드디어 챔피언 자리에 섰다.

플리트우드는 긴 머리와 수염 덕분에 ‘필드의 작은 예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의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은 언제나 눈길을 끌고, 표정 변화 없는 영국식 위트는 팬들을 웃게 한다. 머리를 기른 사연도 흥미롭다. 그는 “아버지가 머리숱이 적으셔서 언젠가 나도 줄어들 것 같았다. 즐길 수 있을 때 충분히 즐기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다. 10대 시절 형과 장난으로 머리를 삭발했을 때 어머니가 충격에 눈물을 보였고, 그때부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플리트우드는 ‘의리파’로도 유명하다. 나이키 계약 선수였던 그는 회사가 골프용품 생산을 중단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나이키 클럽을 사용했다. 7·8번 아이언의 호젤이 닳아 12개 클럽으로 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캐디는 어릴 적 동네 친구이고, 지금도 어린 시절 그를 지도했던 코치에게 배우고 있다.

아내 클레어는 그의 무명 시절 에이전트였다. 놀랍게도 나이는 플리트우드보다 23세 많다.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도 있다. 클레어는 처음엔 “당연히 거절했다.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다”고 회상했지만, 결국 2017년 결혼해 지금까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플리트우드의 인간관계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선수로 성공했지만 성품은 변하지 않았다. PGA 투어의 한국인들도 그를 아주 좋아한다.

김규태(35, 위닝퍼트 대표) 코치는 지난 몇 년 간 새벽부터 저녁까지 장승처럼 PGA 투어 그린을 지켰다. PGA 투어의 몇몇 마음 좋은 선수들은 곰처럼 우직한 김 코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중 가장 따뜻한 사람은 플리트우드였다. 그는 김 코치에게 전화번호를 주고 안부도 주고받는다.

CJ그룹 스포츠마케팅팀 김유상 상무는 2019년 제주에서 열린 PGA투어 CJ컵 선수 섭외할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상무는 “플리트우드가 아이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대회장에서 어린이 클리닉이 열리는데 아이들을 가르쳐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플리트우드는 올해도 여러 번 우승을 놓쳤다. 6월 트레블러스 챔피언십과 2주 전 플레이오프 1차전 세인트 주드 클래식에서도 막판 역전패했다. PGA 투어 관계자들은 “플리트우드는 실력은 매우 좋지만 마음이 너무 여려 끝내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놓친 역전패 하나하나는 결코 잊히지 않는 악몽이 된다. 그러나 플리트우드는 다운되도 다시 일어나는 젊은 복서처럼 계속 돌아왔다.

플리트우드는 “지금은 그냥 어디 숨어서 끙끙대고 싶은데 미래를 위해 부정적인 쪽으로 만들 필요는 전혀 없다. 긍정적인 면을 받아들이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나도 클럽을 물에 던져 버릴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럴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모든 것에서 배우고, 거기서부터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 12번의 경기에서 7번이나 톱10에 들었다. 그중 6번은 4위 이하였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첫 두 대회에서는 공동 3위와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전에 잘 안 됐다고 해서 이번 주에도 안 될 거라는 법은 없다”고 했다.

골프의 신은 그의 첫 우승 선물로 골프 사상 가장 많은 우승 상금(1000만 달러, 약 140억원)을 선물했다.

패트릭 캔틀리 등이 15언더파 공동 2위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14언더파 공동 4위다. 임성재는 이븐파 공동 27위로 플레이오프를 마쳤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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